[이성필의 NOW 상트]'근자감'이라도 있어서 다행 아닙니까
2018.06.21 오후 12:01
멕시코, 독일이라는 버거운 상대…뒤집기 약속한 축구대표팀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이제 다 끝난 거 아니야?"

조이뉴스24는 지난 3일부터 축구대표팀의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캠프부터 동행 취재 중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지난달 21일 소집 당시부터 대표팀 옆에 붙어 있었으니 한 달이 넘어가고 있네요.

대표팀의 흐름은 결과에 따라 요동치게 마련입니다. 소집 후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의 호쾌한 중거리 슈팅 득점이 성공하는 등 2-0 승리로 출발 당시만 하더라도 "나쁘지 않네"가 주류였습니다.



6월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1-3으로 패하며 다소 김빠진 출정식을 했지만, 오스트리아에서 고치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쳤고 해보자는 의지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7일 볼리비아에 0-0으로 비기면서 어딘지 모르게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장 기성용(29, 스완지시티)의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는 발언은 대표팀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음을 알려주는 부분이었습니다. 하필 또 손흥민, 정우영(29, 빗셀 고베)의 '동영상 파문'까지 터졌지만, 해프닝으로 넘어갔죠.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가 오해로 커져 폭발력 있는 이슈로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런데 러시아 입성 후 대표팀 분위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이유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부에서 주장 기성용을 중심으로 월드컵을 제대로(정확히 말하자면 스웨덴과 첫 경기를) 치러보자는 정신적인 강화가 효과를 봤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결과론이라고 스웨덴에 0-1로 패하면서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첫 경기를 지면서 기대감은 급속도로 낮아졌습니다.

기자의 지인들은 문자를 통해 "이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2, 3차전 상대가 멕시코, 독일인데 되겠느냐"며 비관론을 제시합니다. 꼭 문자가 아니더라도 인터넷만 확인해도 이미 한국의 월드컵은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첫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전략상 실패인 약팀 한국 기준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두 경기가 아직 있다"는 겁니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막내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는 멕시코전 출전 여부에 대해 "경기장에 나서면 공격포인트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선수들이 뭉쳐서 팀이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멕시코를 잡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대표팀에 들어와서 월드컵 데뷔전까지 치러 기쁜 이승우지만 진지함은 더 커졌습니다. 그는 패배주의, 비관론에 사로잡힌 축구팬들을 향해 "어린 시절부터 월드컵을 보면서 한국이 3승을 한 적을 본 적이 없다. 한 경기 졌다고 팀 사기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두 경기 남았고 할 수 있다"며 뒤집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승우의 말대로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전체 1차전이 끝난 뒤 2차전에 들어오면서 한 골 승부가 세 경기나 나오는 흐름이 그렇습니다.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뜻이죠. 동기부여에서 밀리면 끝장입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멕시코전은 정말 빡빡한 승부가 될 것 같다. 선수들의 결기가 장난이 아니다. 뭐라도 보여줄 것 같다. 경고가 있는 선수들도 누적이 될 것을 각오하고 뛸 것 같다. 그래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조심스럽다"고 하더군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하는 대표팀입니다. 정우영은 "자신감이 없다면 월드컵에서 살아나기 어렵다.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준비했다. 밖에서 보기에 어떤 근거 없는 자신감 가질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우리 안에서 힘들수록 뭉치고 있다.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가려고 노력 중이다"며 솔직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밀리지 않겠다는 거죠. 이마저도 없다면 또 비판이 쏟아지지 않을까요.

16강 희망은 끝까지 잡아야 합니다. 놓친다면 1승이라도 얻는 것도 필요하고요. 뒤집기를 약속한 신태용호의 반전은 가능할까요. 국내에서 방영 중인 CF 중에 '뒤집어 버려'라는 문구가 보이더군요. 이승우, 황희찬, 손흥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쉽지 않겠지만 꼭 뒤집어봤으면 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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