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NOW 모스크바]모두 부르자, 축구의 노래를
2018.06.14 오후 1:56
지구촌 최대의 축제, 몇시간 후면 개막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지금 묵고 있는 이즈마일로브 호텔은 시내에선 제법 떨어진 곳입니다. 중심지까지 자동차로 약 30분은 나가야하는 교외입니다.

이곳은 사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월드컵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앞선 말씀드렸듯 저는 이 곳에 풋볼 포 프렌드십(Football 4 Friendship)이라는 행사를 취재하러 왔습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의 지원으로 전세계 아이들과 언론사가 한데 어우러지는 행사입니다. 211개국에서 거의 2천명이 넘는 인원들이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 묵고 있는 곳이 러시아에서 가장 큰 호텔인데 이곳 객실을 모두 쓸 정도라고 하니 규모가 얼마만큼 큰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무려 211개국 축구계 종사자들을 한 호텔에 전부 몰아 넣었으니 당연히 호텔 안팎이 축구로 가득 합니다. 자연스레 최대의 화제가 월드컵이 될 수밖에요. 이곳에서 만난 기자들, 유소년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나라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러고선 서로의 응원으로 끝이 나지요. 오만에서 온 오사마 라는 학생과는 한국과 오만 축구의 선전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오만은 카타르 월드컵에 도전해보라는 덕담을 보냈지요.)


시내에 나가보면 이러한 활기가 느껴지기 보다는 정중동의 느낌이 강합니다. 말이 좋아 정중동이지, 사실 모스크바 사람들의 축구 열기가 그리 실감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거리응원이 이뤄질 붉은 광장을 제외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러시아 대표팀이 21세기 이후 가장 약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 사람들 덕분에 이 도시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열리는 국가들의 팬들이 속속들이 입국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는 느낌입니다. 특히 흥이 많기로 소문난 멕시코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장 많이 발견됩니다. 첫 경기가 이곳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많이 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독일과 호주,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보이며 같은 아시아 지역인 이란과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상대해야할 사우디아라비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페루 유니폼을 입은 일가족들과는 함께 약물 양성 반응으로 월드컵 출전이 정지될 뻔 했던 호세 파울로 게레로(플라멩고)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상당히 즐거워보였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곤 있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월드컵 무대의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만으로 말입니다.

사실 축구를 보기 위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추 구와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사람들이 태반일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학부와 대학원 시절 축구를 논문의 대상으로 삼았고 쉬는 날에 유소년 축구 대회와 K리그1과 2를 보러 다니기 때문에 저런 마음이 헤아려 진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은 분명 크게 다르지 않겠죠. 대륙을 넘어온 저들의 스케일이 좀 더 큰 것일 뿐.

'도대체 왜 축구에 빠졌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사실 할말이 없습니다. 저 스스로도 축구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대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할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이 궁금증의 끝을 계속 두드려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애초에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 공놀이가 삶이고, 그 이유이자 전부인데, 이유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니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데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듯이 축구에 대한 애정의 근원을 찾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이유를 찾아보자면 '축구가 주는 감정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극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축구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승리를 통해 기쁨을 배우고 패배를 통해 슬픔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특히 월드컵은 이러한 맹목적인 사랑에 국가라는 가장 큰 사회 집단에 대한 충성심과 소속감이 겹쳐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는 이 월드컵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챔피언스리그조차도 대체할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대륙을 건너 자신들과 같은 국기를 가슴에 단 선수들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겠지요. 또 이곳을 찾지 못했더라도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자국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로 클 것입니다.

이제 개막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몇시간 뒤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한달간의 대장정이 막을 올립니다. 4년에 한번씩 오는 지구 최대의 축구 이벤트를 즐길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이자 고려인 빅토르 최 그리고 그의 그룹 '키노'가 남긴 명곡을 빌리고 싶습니다. 'Попробуй спеть вместе со мной',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곡입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빅토르 최의 벽화가 새겨진 곳에도 비슷한 말이 새겨져 있더군요. 국적과 성적에 상관없이 한달동안 펼쳐질 축구라는 축제의 노래를 모두 함께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스크바(러시아)=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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