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NOW 레오강]수도승처럼…신태용호는 갈 길을 간다
2018.06.12 오후 12:01
눈 감고 귀 닫고 스웨덴전 올인, 모두가 응원 호소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신태용호의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 캠프 훈련이 끝났습니다. 이제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레오강을 떠나 독일 뮌헨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항공기에 오릅니다.

조이뉴스24는 대표팀이 사전캠프에 온 지난 3일부터 같은 항공기를 타고 동행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묘하게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예선 최종전 상대인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를 타고 갑니다.

레오강이 그나마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고 훈련하기에 좋았던 곳입니다. 사전 캠프는 베이스캠프 입성 전 신체적인 회복과 심리적인 여유를 갖고 본 대회를 준비하자는 의도가 녹아 있는 곳이죠.



알프스산맥으로 막혀 있는 대표팀 숙소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입니다. 레오강 현지에 취재를 온 취재진은 지난 8일 코칭스태프 인터뷰를 위해 크랄러호프로 향했습니다. 취재진 숙소인 뢰벤 호텔과는 차량으로 3분이면 이동 가능합니다. 입성 첫날인 3일 이후 처음으로 레오강에 온 취재진 모두가 대표팀 호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죠.


분위기는 외부와 180도 다릅니다. 워낙 시골이니 그렇지만, 기자단 숙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호텔 내 사우나, 운동 시설 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니 훈련장 이동 외에는 밖으로 나올 거의 없습니다.

지난 10일에는 대표팀 숙소와 5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산악자전거(MTB)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직접 가보니 레오강 사람이 다 모인 느낌이었습니다. 독일,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등 인접국에서 모여든 차량으로 가득했습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다소 부족한 평가전 결과에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오직 평온 유지가 최선이었습니다. 뭐 고립 생활이라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나누고 차도 마신다고 하니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훈련장 인근에서 벌어지던 잘츠부르크주 16세 이하(U-16) 리그 경기보다 활력소가 떨어져 보이더군요. 즐겨야 다 재미있는데 말이죠.

안타까운 것은 너무 여론에 의식해 수도승처럼 캠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지난 1년 사이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않아 비판 여론이 팽배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니 말이죠. FIFA 랭킹은 32개 참가국 중 하위권인데도 관심은 우승권이니 말입니다.

조이뉴스24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훈련 동영상 중 분명히 '시작 전'이라는 시점이 명시돼 있는데도 '오스트리아 놀러 갔냐'는 댓글이 달려 있더군요. 재미있고 능률을 높이기 위한 훈련인데도 문제점, 또는 부정적인 시선에 '정말 대표팀이 응원받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표팀 결과에 관심 없다면서도 작은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무관심보다는 낫구나 싶은 거죠.

훈련장에서 만나는 선수들 대다수는 짠 것처럼 "스웨덴전에 집중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모르지 않는다.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모범답안이 나오더군요. 이런 경직된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본선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나마 레오강에서 이런저런 논란을 딛고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계획했던 훈련을 하고 가는 것은 다행입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을 관리하는 기준이 있다. 외부에서 대표팀의 상황을 모르면서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우리 코치진을 신임하지 않는다고 몰아가는 식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웨덴전에 초점을 맞춰 가고 있다며" 일희일비하는 여론에 참을성을 갖고 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제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하면 훈련 시간은 줄어듭니다. 13일 팬 공개 훈련을 하면 14~15일이 그나마 가장 집중하기 좋은 날입니다. 16일 훈련 후 스웨덴전이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하고 17일 공식 훈련 후 18일 경기입니다. 레오강의 고즈넉함이 그리울지도 모를 겁니다.

월드컵이 개막한다는 것도 제대로 실감하게 됩니다. 공항 도착 순간부터 분위기는 확실하게 달라집니다. 일반 승객들은 앞쪽 출입문으로 내리지만, 선수단은 맨 뒤 출입문으로 내립니다. 트랩으로 내려가 국제축구연맹(FIFA) TV의 인터뷰를 하고 곧바로 간단한 입국 심사만 받은 뒤 바로 숙소로 이동합니다. 공항, 숙소, 경기장 모두 군경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합니다. 철저하게 분리되니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신태용호에 월드컵 경험자는 총 8명입니다. 15명이 비경험자입니다.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선수단이 뭉쳐 극복 중입니다.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처럼 일단 첫 경기 전까지는 응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표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앞뒤가 서로 모순되는 느낌의 '냉철하지만, 따뜻한 관심'인 것 같습니다. 상대팀을 응원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레오강(오스트리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관련기사

[이성필의 NOW 레오강]수도승처럼…신태용호는 갈 길을 간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