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문의 디지털농업 이야기] 이스라엘 농업은 왜 강한가?
2018.06.04 오후 2:35
[아이뉴스24 김철수 기자] 몇 개월 전 ‘네덜란드 농업은 왜 강한가?’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 다양한 네덜란드 농업 업체와 연구 기관을 돌아보면서 찾은 답은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접 참여하여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철학을 통해 네덜란드는 농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 5월 초에는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에서 주최하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2018 어그리텍(Agritec) 농업 박람회'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여하는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이스라엘도 농업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처한 환경을 보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한반도의 1/10 면적에 서울보다 작은 8백만 인구의 나라, 국토의 60%가 사막인 나라, 전쟁·테러로 인한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항 검색을 통과하면 여권에 사증(Visa)을 기재하는 난에 입국 허가 도장이 찍힌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여권에 국가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입국 기록을 별도의 종이에 기록하여 전달한다.

이는 중동국가와의 적대관계 때문이다. 중동에서 거의 유일한 비이슬람 국가로 몇 차례의 중동 전쟁으로 따돌림을 당하면서 이스라엘 방문 기록이 있는 여행객들이 다른 중동 국가를 방문할 때 입국 거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랍 연맹 회원 22개국과 외교관계가 없고 무역관계가 없기 때문에 육로를 통한 수출입에도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나라가 어떻게 농업 강국이 되었을까? 한국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한 국가가 농업 강국이 된 비결이 무엇일까? 실은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에 대한 답을 찾는데 있었다.



◆ 후츠파(Chutzpah)?

그 답에 대한 실마리는 의외로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여행 둘째 날에 주 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의 초청 만찬을 받게 되었다. 한국 식당, 한국 식품점이 없는 이스라엘에서 한국 대표단에게 늦은 저녁까지 한국 음식을 제공하신 최용환 대사와 직원들의 배려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최용환 대사께서는 대사관 회의장의 책상을 모든 사람이 평등해 보이도록 사각형으로 배치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함, 예의 없음, 철면피를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라고 했다.

어떻게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단어가 될 수 있었을까? 이후 텔아비브 코트라에서 2년간 복무한 무역관께서 이스라엘의 경제 개황을 설명해주었다.

이스라엘은 하이테크와 스타트업 업체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해외 M&A를 통한 기업 수출로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2017년에는 인텔이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Mobile Eye라는 업체를 인수했는데 인수금액이 1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6조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벤처 문화의 중심에는 후츠파가 있다고 했다.

도대체 후츠파가 무엇일까? 나 자신부터 젊은 시절에 벤처를 창업해서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 창의성의 열쇠

‘예의 없음’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후츠파는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가령 대학에 들어온 지 6개월 밖에 안된 신입생이 40년간 강의를 한 교수의 수업을 듣는 상황을 그려보도록 하자. 이스라엘에서는 이러한 신입생이 교수에게 언제든지 ‘교수님의 이야기는 완전히 틀렸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이제 막 들어온 신입 사원이 CEO에게 대놓고 반론을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이는 이스라엘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항상 설득시키고 달래야 하기 때문에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상황을 이상하다거나 불쾌해 하지 않는다.

후츠파 정신 때문이다. 게다가 후츠파 정신의 주입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이러한 광경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언뜻 보기에는 조직운영에 필요한 질서가 없는 예의 없는 콩가루 조직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이스라엘에서는 또다른 질서이고 하이테크와 벤처 기업의 부흥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되었다.

이는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도 필요 없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신입사원이 CEO의 방에 노크만 하고 들어가 언제든지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후츠파 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불필요한 형식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말도 안 되는 질문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 더 나아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도전정신을 장려하고 실패를 해도 비난 받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한 교수는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이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보다 낫습니다’라고 하였다. ‘실패를 경험할수록 성공 가능성도 커집니다’, ‘실패를 해도 세상이 끝난 게 아닙니다. 실패는 재앙이 아닙니다. 다시 도전해서 성공하면 됩니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중심에는 후츠파 정신이 있다.



◆ 이스라엘 농업의 후츠파

대사관에서 후츠파를 알게 된 후 이스라엘의 어그리텍(Agritec) 농업 박람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후츠파 정신이 적용된 이스라엘 농업을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후츠파 정신으로 창의성을 꽃피운 이스라엘의 농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 저자 소개

진교문 사장은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을 거쳐, 인터넷보안 벤처기업인 싸이버텍홀딩스 창업멤버로서, 그리고 본인이 창업한 국내 최초 온라인교육 벤처기업 아이빌소프트 코스닥 상장으로 두 번의 IPO를 경험하였다.

능률교육, 타임교육홀딩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모바일 및 교육업체의 창업 및 초기투자자로 참여하였고, 현재는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이지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IoT, 빅데이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중이다.
이 기사에 질문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