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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외국계 IT기업 파업은 어디서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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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후지쯔 전면파업, 18년 뒤엔 한국오라클 재현

[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외국계 IT기업으로는 이례적인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노조가 설립된 지 약 반 년 만이다. 노조에는 전 직원의 60% 가량인 600명 이상이 가입했다.

한국오라클의 파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우선 오라클이 고연봉, 복지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외국계 IT 회사이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인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요트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오라클 직원들의 주장은 달랐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해고 압박에 내몰렸으며 임금체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 1989년 한국지사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무기한 전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한국오라클이 국내에서 처음 총파업을 벌인 외국계 IT기업은 아니다.

시계를 18년 전인 2000년으로 돌려보면 일본계 IT기업인 한국후지쯔의 파업 사실을 찾을 수 있다. 한국후지쯔노조는 당시 "경영이익을 정당 분배하라"며 전면 파업을 실시했다. 전년 순이익이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임금 수준은 1997년 연봉제 도입 이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특별 상여금, 파견 근로자 정규직화 등을 요구했고, 18일만에 노사협상이 타결되며 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국오라클의 경우에는 임금 인상, 고용 안정, 노조활동 보장, 복지 향상 등 네 가지 제시안을 마련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54일 동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을 했고, 현재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무기한 연장했다.

한국후지쯔의 설립 시점이 1974년으로 40년 이상 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IT업체 최초의 파업일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회사 설립 2년 뒤인 1976년 생겼다. 업계에서도 한국후지쯔노조를 처음으로 본다. 김용환 한국휴렛팩커드 노조위원장도 "외국계 IT기업 최초의 파업은 한국후지쯔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IT기업은 노조 자체가 드물다. 한국후지쯔와 2002년 컴팩코리아 합병 과정에서 노조가 생긴 한국휴렛팩커드(HP) 외에는 없다가 지난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오라클이 잇따라 노조를 설립했다. 각각 1967년과 1995년 설립한 한국IBM과 SAP코리아 등은 아직 노조가 없다.

한국HP노조의 경우 회사가 분할되면서 500여 명의 노조원이 HP주식회사(HPI), HP엔터프라이즈(HPE),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부문, 소프트웨어(SW) 부문 4개 조직에 속해있다.

한국오라클보다 조금 앞서 지난해 7월 설립된 한국MS노조에는 전체 430명 가량의 직원 중 185명이 가입했다. 파업 투쟁 이전에 타결된 합의로 노조 전임자 활동과 사내 노조 사무실은 보장받았다.

이처럼 외국계 IT기업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구조 재편 때마다 강조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오라클은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00명이 훨씬 넘는 직원이 불합리하게 회사를 떠났다. 지난 1년간 20%의 직원이 물갈이 됐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또한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출과 이익, 연봉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

한국HP 등 다른 외국계 IT기업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IT 노조 설립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근엔 네이버가 창립 19년만에 국내 IT기업 최초로 노조를 설립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이 문제가 됐다.

한국오라클노조는 23일부터 다시 본사가 있는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6일 첫 집회 때는 빗속에서도 400명 이상이 모였다. 노조가 준비한 조끼 400벌이 모두 소진됐다. 한국HP, 한국MS노조도 동참한 바 있다.

향후 오라클 본사가 한국오라클노조의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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