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돋보기] 도움닫기 3G 시대 개막, 비운의 '위피'
2018.05.22 오전 6:01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⑤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텔레콤과 KTF(현 KT)가 지난 2007년 비동기식 WCDMA 전국망을 구축, 본격적인 3세대통신(3G) 시대가 열렸다.

동기식 사업을 포기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는 기존 2세대통신(2G) CDMA를 업그레이드한 CDMA 200 EV-DO 리비전(Rev).A로 대응했다.

WCDMA가 음성뿐만 아니라 데이터 속도가 2Mbps 이상으로 올라감에 따라 시장 트렌드도 급속하게 변화했다. 더 긴 호흡의 글을 보낼 수 있는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와 주문형영상(VOD), 음원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탄생했다. 한켠에서는 이동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성능이 점차 향상됐다.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이때부터 비로소 유심(USIM)이 등장했다는 것. 휴대폰에 넣는 가입자식별모듈(USIM)이 사용된 때가 3G부터다.

기존 휴대폰의 경우 기기 자체에 이동통신 정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기기변경 절차를 거쳐 신규 휴대폰 사용이 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2G방식을 업그레이드한 것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느 유심을 도입, 신규 단말기에 유심을 꼽으면 언락폰의 경우 바로 사용이 가능했다.

유심이 도입되면서 기기변경이 보다 쉬워짐과 동시에 글로벌 로밍도 편해졌다. WCDMA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이었기에 휴대폰을 각 국가에 맞춰 바꾸지 않아도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이나 출장이 잦은 직장인에게는 매력적인 기능이었다.

3G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통3사도 이에 맞춰 새옷을 갈아 입었다. 각자의 특징을 살린 브랜드 마케팅 대결이 이뤄졌다. SK텔레콤은 '티(T)', KTF는 '쇼(SHOW)', LG유플러스는 '오즈(OZ)'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했다. 특히 KT 쇼 브랜드는 당시 "쇼하라"라는 카피가 전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기도 했다.



◆ 초기 목표는 훌륭했으나 시장 역효과 불러온 '위피'

데이터 속도가 빨라져 콘텐츠 유통이 활발하짐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수반됐다. 무엇보다도 난립해있던 여러 콘텐츠 표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콘텐츠들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 이통3사는 각기 다른 방식의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했다. 개발자는 3가지 버전을 따로 준비해야 했다. 또한 외산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로열티 문제도 부상했다. 퀄컴 브루, 썬마이크로시스템즈 J2ME 등의 라이선스 비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목표하에 출발했던 무선 인터넷 플랫폼이 바로 '위피(WIPI)'다.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01년부터 국책 사업으로 표준 단일 플랫폼 개발을 지휘했다. 이에 2005년 4월 1일 당시 정보통신부는 국내 무선인터넷산업을 진흥한다는 목적하에 휴대폰에 '위피' 시스템 탑재를 법으로 의무화하게 됐다.

'위피'는 초기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 이통시장뿐만 아니라 단말 시장까지 보호해줬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통합은 반대로 권력의 집중과 갈라파고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고집이 심하면 아집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피가 그러한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

3G 국내 휴대폰 - 정확하게는 일명 피처폰(일반폰) - 시절은 이통사 중심으로 형성됐다. 단말의 공급도 이통사가 했지만 콘텐츠도 이통사가 배급했다. 해외에서는 전문 퍼플리셔가 있었지만 국내서는 이통사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생산자가 콘텐츠를 개발하면 여기에 이통사가 결제방식을 얹고 포털에 올리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어떤 이통사에서 어느 휴대폰을 사용하던지 누구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생산자 입장에서도 여러 표준에 얽히지 않고 하나에만 매달려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 반면에, 생태계 전체적으로는 이통사에게 힘을 몰아주는 폐해가 일어나게 됐다.

즉, 이통사가 일종의 콘텐츠 유통의 진입장벽으로 군림했다. 이 안에 속해있는 개발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바깥쪽에 있는 개발자는 이 장벽에 막혀 제대로된 서비스조차 묘연해지게 됐다.

또 다른 문제로 국내서 유통되는 휴대폰은 법적으로 '위피'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했기에 외산 휴대폰의 국내 진입이 매우 어려웠다. 즉,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이러한 장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대표적인 휴대폰이 애플의 '아이폰'이다.

위피는 기존 외산 플랫폼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라이선스 문제가 발생하고, 이통사별로 일부 다른 표준들이 뒤섞이는 등 시장의 역효과가 발생하면서, 경쟁을 둔화시킨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4월 위피 도입 의무화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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