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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북한의 메시지는 '볼튼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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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말 : 볼튼 vs. 폼페이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현재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말로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적인 야망에서부터 북한 비핵화를 푸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질적인 인물들이고, 그래서 미국 정가에서도 두 사람이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이후부터 언젠가는 충돌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었다.

이러한 두 사람의 대칭적 성격을 읽어내고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재고라는 경고를 통해 볼튼 내지는, 리비아 식으로 불리는 볼튼 방식의 배제를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의 첫 반응은 북한의 압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보여줬다. CVID를 시종일관 외치며 리비아 방식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방식’이 아니라 ‘트럼프 방식’으로 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북한의 태도에 다급했음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북한을 극도로 압박해 비핵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동안은 북한이 다급했었지만, 이제 북미정상회담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북한 비핵화 협상 성공 여부에 다급해진 것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다면 국제적인 망신과 함께 국내 정치적으로도 이미 각종 스캔들로 망신창이가 된 입장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리하게 간파한 볼튼과 폼페이오의 차이를 알아야 앞으로의 북미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볼튼은 현재의 직책을 자신의 평생의 임무를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사회의 기득권층에 포위된 외로운, 그러나 정의로운 소수로 자부한다. 그리고 변호사 출신으로 국가 정책의 전략적 측면 보다는 법적 측면을 먼저 고려하는 습관이 강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볼튼을 국무부에서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볼튼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었고, 국무부 내에서 내 말을 들으리라는 확신도 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러나 볼튼이 유엔 대사로는 적합해 보였고, 관료주의에 찌들고 다원주의자들이 판치는 유엔을 바로잡을 인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볼튼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유엔대사로 지내는 동안 볼튼이 다른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했다. 국제 기구, 국제법과 조약 등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제 기구에 가입하거나 조약에 가입돼 있다면 그 나라는 불량 국가로 파악됐다.

이란과 북한 문제에 관한 볼튼의 자세는 전략 보다는 법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에 대한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러한 사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전략적 이유보다는 국제법적인 정당성의 근거를 찾는데 더 집착함을 보이는 논조를 펼쳤다.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미국이 행동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볼튼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전략은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국제법을 부적절하지는 않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외교 전략에는 국제법이 별로 고려되지 않는데, 볼튼은 외교에 있어서 전략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을 법적인 디테일로 공격해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볼튼이 트럼프의 관심을 끈 것은 두 건의 언론 칼럼이다. 하나는 지난 해 8월 미국의 격주간 보수 잡지 내셔널 리뷰에 실린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해 2월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북한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법적인 문제’라는 글이었다

당시 이란 핵문제 해결이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는 아무도 이란 핵협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때였는데 볼튼의 파괴적인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볼튼의 세계관이다.

노련한 법률가 출신인 볼튼은 행동을 위해 법적인 관점만을 중시하고 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 후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는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이후 남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은 관심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폼페이오는 다르다. 폼페이오는 철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보다는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영웅주의자이다. 자기희생 같은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다. 그의 장기는 정치적 기량이다. 지난 8년 동안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과 적극성을 보여줬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육군 장교 출신인 폼페이오는 2010년 캔사스 주에서 공화당의 보수주의 운동인 티 파티(Tea Party)의 바람을 타고 의회에 진출했다.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마르코 루비오 후보를 지원하면서 2012년 발생했던 리비아 벵가지 대사관 공격 사건을 다루던 모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물망에 오르던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대신 폼페이오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캔사스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더욱 강경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안보보좌관의 업무 보고 스타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과서적이고 자세하게 브리핑을 하는 것이라면, 폼페이오는 CIA 국장이 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아침 격의 없는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자유분방한 관계를 만들었다. 폼페이오와 일을 해 본 유럽 외교관들도 폼페이오가 이란 사태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했지만,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매우 건설적이고 총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CIA 국장에 임명된 지 1년이 안 돼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성공, 국무장관의 자리에 올랐다.

볼튼과 폼페이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시작됐다. 먼저 승리한 것은 볼튼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말 폭탄을 주고받던 시점에서 볼튼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결코 성사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것은 볼튼의 승리였다.

다음은 폼페이오 차례였다. 3월말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협의 내용을 조율한 데 이어, 지난 8월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는 북한에 억류됐던 3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자신의 전용기에 태우고 귀국했다. 미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와 마중했다. 이 임무를 계기로 폼페이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안보 담당자가 됐다. 평양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에게 조차에게도 환영을 받는 확실한 성공을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겨준 것이다.

한편 이란 핵협상을 파기하는데 가장 목소리를 높인 볼튼이 행정부에서 하는 주요한 역할은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유산을 파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국제 협정에서 탈퇴해 힘만이 유일한 외교 전략으로 선회케 하고, 이러한 행동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상관없이 국제문제 전문가들을 능멸하는데 볼튼은 희열을 느끼고 있다.

북한 문제는 결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던 볼튼의 주장은 외교적 실패로, 곧 폼페이오의 성공을 의미한다. 폼페이오의 성공은 외교가 불필요하다는 볼튼의 결론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한다. 볼튼은 국가안보정책이 다양한 조건을 내걸어 국제 협정에서 탈퇴하고, 다음 단계로 옮아가기 전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폼페이오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군사력이 성공적인 외교 협상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볼튼이 트럼프의 에고를 충족시키고 엘리트에 대한 혐오에 영합하는데 반해, 폼페이오는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으로 인해 훨씬 중요한 찬사의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겨줬다. 관심에 대한 집착과 칭찬에 대한 욕구가 모든 행동을 규제하는 트럼프 같은 자기 도취자에게는 보다 훌륭한 대통령의 조건을 위한 열쇠를 폼페이오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내 여론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로의 유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북미조약기구(NATO)의 유지, 이란 핵협정 파기로 인한 재앙적 결과의 회피, 한반도의 긴장 완화 등을 위해서는 폼페이오를 지지해야한다는 주장으로 모이고 있다.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재고 가능성 발언은 이러한 미국 내의 분위기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일 수 있다. 리비아식 배제를 통한 볼튼의 영향력 약화와 폼페이오를 통해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까지의 과정을 보다 순조롭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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