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불가역적' 남북정상의 합의
2018.04.30 오후 12:34
북미정상회담 부정적 결과가 나오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4.27 판문점 선언은 분단 이후 남북이 만들어 낸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주변 강국에 포위된 남북이 가능한 최선의 접점을 찾아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선 남북 정상의 역량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제적인 지지를 폭넓게 이끌어 냈다는 점도 북미정상회담을 넘어 앞으로의 한반도의 운명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남북의 우려는 한 달 안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느냐이다. 만약 북미협상이 결렬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몇 달 전 국제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극한의 대치 상황이 재현될 것인가.

이미 한반도의 상황은 그럴 수 없는 불가역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과거의 중단됐던 정상회담과는 달리 남북 정상의 결의와 비전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부 실천 계획도 매우 현실적이고, 또 속전속결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보여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되돌리는 일은 적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국제 사회의 폭넓은 지지다. 한반도 주변국으로 일컬어지는 미·중·러·일이 합의라도 한 듯이 판문점 선언을 환영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남북정상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극찬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밖에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도 앞 다투어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이러한 모든 국제적인 분위기는 판문점 선언을 국제사회에서 기정사실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러한 분위기를 유턴시키려하는 어떠한 시도도 국제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가역성은 특히 미국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서도 역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두 장의 강력한 카드가 판문점 선언으로 사라졌다고 단정해서 보도했다. NYT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에 합의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경제제재와 무력사용의 카드가 일거에 사라졌다”고 평했다.

NYT는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일정표와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이 같은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용 카드 두 장을 날려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남북관계가 정상화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사용했던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고,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북한에게 무력을 사용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최악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더라도 미국이 경제와 무역이라는 카드를 종전처럼 쉽게 쓸 수 없다는 설명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한국 석좌교수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더 고조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호평했지만, 이제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도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으로 회담장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최소한의 장애물은 제거됐다”고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국가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무거워진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도 ‘판문점 선언’의 불가역성을 인정하는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회견에서 “지금까지 이렇게 멀리 진전돼온 적이 없다”며 “북한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사기에 아주 잘 속아왔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나는 속지 않으려고 한다”며 “희망컨대 합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멀리 진전돼온 적이 없다’는 발언은 결국 이제는 유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가역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희망컨대 합의하려고 한다’고 속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북이 해야 하는 것은 불가역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역치(閾値)를 높이는 것이다. 역치는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자극의 최소한의 크기다. 즉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남북의 평화 의지를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강조하는 한편, 종전 선언을 위한 필요한 외교적·실무적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 정상의 정기적 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교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의약품과 식량 같은 필수품 지원 등 유엔 제재나 미국의 간섭 없이 할 수 있는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을 넓히고, 이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려 남북이 조성한 평화 분위기가 불가역적임을 ‘사실’(fact)로 못 박아야 한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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