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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 무드 속 '개성공단' 재개될까…유통街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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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농심·CU 등 수혜기업으로 부상…현지 입주기업 "재생산, 부담 커"

[아이뉴스24 장유미, 윤지혜 기자]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며 양국 관계가 호전된 모습을 보이자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일부 업체들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 논의를 통해 개성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시장이 열리게 되면 새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 유통·식품·패션·섬유업계 전반에 걸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 중에서는 오리온과 농심이 이번 남북 간 화해 무드 조성에 따라 가장 많은 수혜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초코파이'가 2004년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하루 2개씩 간식으로 지급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해 말 총상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 오 모씨도 수술 직후 "'초코파이'를 먹고싶다"고 호소했을 만큼 북한 내에서 인기 간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2011년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초코파이'를 1개에 1만원이 넘는 가격에 재판매하는 것이 적발되면서 지급이 중단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반사이익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민들이 '초코파이'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일로 긍정적 이미지 제고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심도 북한시장이 열릴 경우 '백산수'의 물류비 절감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현재 중국 연변에서 '백산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5년 말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 운송사업의 일환으로 '백산수' 170여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후 연변에서 육로를 통해 중국 다롄항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고 있어 현재 물류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번 일로 나진항을 거쳐 '백산수'를 운송하게 되면 이동거리가 약 800km 줄어 물류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수혜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CU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직전까지 유통채널 기업 중 개성공단에 유일하게 진출했던 곳으로, 2004년 12월 'CU개성공단점', 2007년 'CU개성공단 2호점', 2013년 'CU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점'을 오픈해 직영점으로 운영했다. 결제는 달러를 사용했으며, 남측 근로자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한계로 꼽혔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BGF리테일은 임직원들의 철수와 함께 편의점 운영을 잠정 중단하게 됐고, 현지에 매장, 물품 등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게 되면 바로 점포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또 개성공단 재개 시 CU 외에도 대형마트들도 기업형 슈퍼마켓(SSM) 브랜드로 진출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수익보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진출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KT&G도 과거 남북한 최초의 공동상표로 합작해 생산한 한마음 담배를 판매한 적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마음 담배는 제1차 정상회담보다 두 달여 앞선 2000년 4월부터 북한 용성담배공장에서 생산해 남북에 동시 시판됐다. 그러나 낙후된 북한의 사회간접시설 등을 이유로 1년 9개월만에 단종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섬유·패션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섬유봉제산업 특성상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는 매력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인건비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 대비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개성공단이 가동됐던 지난 10년간 숙련직원 수도 늘어난 데다, 남한과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운송비용이 적게 드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운송에만 5일 가량 걸리는데 개성공단은 육로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최단시간 내에 완성 제품을 매장에 전달할 수 있고 운송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섬유봉제업체는 73개사로, 전체 입주기업(123개사)의 59%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저렴한 인건비와 운송비용 등의 장점 때문에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생산을 재개할 것이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04년 진출해 개성공단 내 최대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던 신원이 대표적이다.

2층 규모의 신규 공장에 현지인 3천600명과 주재원 18명이 근무했던 신원은 개성공단 문이 갑작스럽게 닫히기 전까지 전체 매출의 12% 가량이 이곳에서 창출됐다.

신원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언제든 입주할 수 있도록 내부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크지만 인건비와 숙련도,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장점이 많다. 정부에서도 개성공단 재가동에 의지가 있기 때문에 길을 열어서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제이에스티나와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등이 개성공단 재개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는 지난 2005년 개성 협동화 공장법인에 100% 출자한 바 있으며, 인디에프 역시 원가절감을 위해 개성에 3천840평 규모의 공장을 세웠다. 속옷전문기업 좋은사람들도 2007년 초 개성공단에 진출해 전체 물량의 20% 이상을 조달했었다.

다만 이들 기업은 개성공단 재생산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언제 또다시 개성공단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이 이뤄져야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개성공단에서 완전철수한 후 동남아시아 지역에 자체 생산시설을 마련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2013, 2016년 두 번에 걸쳐 철수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절차도 없이 공장 가동을 중지시킨 데다, 이에 따른 정부 보상책도 미미한 수준이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의 공장 운영을 보장한다는 약속 없이는 재입주하기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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