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훈] 정쟁이 가로막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2018.04.23 오전 6:00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가게문을 닫고 거리로 나선 전국 소상공인들의 염원입니다. 현재 민생사안 중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함에도 국회 공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중이라도 부상병은 살려놓고 봅니다. 정쟁보다는 민생을 우선해야 합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19일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 드루킹 사건 등으로 여야 정쟁을 거듭하면서 법안 논의가 모두 멈춰 버린 국회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권고 수준에 머무르는 기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보다 대기업의 적합업종 진입 방지 강제성을 높였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각각 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물론이고 여야에서도 법제화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 적합업종 적용 대상 등 세부안을 두고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여야가 입장차를 크게 좁히고 법안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부 법안소위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파행됐다. 이에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지속적으로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요구했던 소상공인들은 크게 실망했다. 수일 동안 국회 앞 1인 시위, 천막 농성을 가졌고 기자회견도 수차례 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73개 품목 중 47개 업종은 오는 6월 말 지정만료된다. 그나마도 본래 지난해 보호기간 6년이 만료됐지만 동반위가 올해 6월 말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면서 늦춰진 일정이다. 소상공인업계는 지정만료가 현실화될 경우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골목상권 침탈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가 정말로 골목상권 보호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이전 2년 평균 4.7%에서 적합업종 지정 이후 2년 평균 3.8%로 줄었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20일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관련 공청회에서 "법 제정 시 소비자 권익은 물론 재산권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산업경쟁력 확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법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의 대기업 진출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관련 업종에서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규모의 경제'와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가 만능열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소상공인들이 간절히 원하고 국회에서도 그 필요성을 여야 가릴 것 없이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필요성을 뻔히 알면서도 정쟁 때문에 법안 처리를 최종적으로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다행히 공전된 국회를 잠시라도 열어야 한다는 의견 자체는 국회에서도 동의한다. 민주평화당은 19일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협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소상공인연합회와의 면담에서 "4월에 안 되면 5월에라도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회가 빠른 법제화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그것을 얼마나 강하게 실행으로 옮기느냐일 테다. 국회의 기민하고 유연한 대처를 기대한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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