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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본격화하는 미·중 무역 전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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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문정인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관은 2010년에 펴낸 자신의 저서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 출간)에 중국 석학 21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놀라운 사실은 21명의 석학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언젠가 미국과의 일전(一戰)은 불가피한 것이고, 그것이 전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중국은 2010년대 진입 이후 ‘화평굴기’에서 ‘대국굴기’로 국가 목표를 수정했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막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대국으로써 우뚝 서기를 시작했다. 중국이 2015년 발표한 ‘中國製造(중국제조)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기술력을 대폭 강화하는 ‘기술굴기’를 통해 경제적으로 ‘대국굴기’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이 같은 해에 중국의 ‘대국굴기’를 분석해 발표한 ‘중국을 향한 미국 대전략의 수정’(Revising U.S. Grand Strategy Toward China)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과거 청(淸)조 시대와 같은 영토와 영향력 부활이다. 미국의 분석은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주변국에 전파하면서 미국이 꽃을 피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주의 모델이 민주주의 보다 더욱 우월한 시스템이고, 중국이 그러한 좋은 예라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부상에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대전략 수정’ 보고서는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적대 행위로 보고 강력한 대책을 권고했다. 결국 중국과 미국은 ‘불가피한 일전(一戰)’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두 나라가 모두 원하는 것은 글로벌 헤게모니다.

최근에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양국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일전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미·중 무역전쟁이 초전부터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처음 가벼운 탐색전으로 시작된 관세 전쟁은 본격적인 보복전으로 전개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협상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말로 퇴로를 열어 놓고 있다.

처음 맞붙은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양국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각각 국내 사정이 편안하지 만은 않다. 중국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시작하면서 점증하는 인민들의 민주화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공산당 독재정권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몽을 이루면서 민주화 욕구를 해소하려는 방침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중단 없는 전진은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시리아 군사 개입, 자신의 섹스 스캔들, 러시아 게이트 특별검사의 수사 등 산적한 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어 매우 불안한 처지다.

특히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도 높은 유권자 지역인 팜 벨트(농업 지역)를 목표로 삼아 대두·돼지고기를 비롯해 대규모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항공기 분야까지 무차별 보복 관세를 발표, 공화당의 중간 선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중 무역전쟁의 경과를 간단히 살펴보면 시작은 미약했다. 미국이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견과류 등에 3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대상 품목으로 산업기술·수송·의료기기· 전자·항공기 부품·기계류 등 중국이 기술굴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1,333개를 지정하자, 중국은 다시 미국의 취약부분으로 분류돼 온 대두·자동차·항공기 등 5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이 발표가 있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1천억 달러 상당의 품목에 대한 추가 보복 관세 적용을 검토하라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무역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후 소강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조치를 10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무역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자세를 누그려뜨리지 않았지만, 다소 협상의 여지를 내비친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고, 또 그동안 협상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해 온 처지여서 미·중의 타협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에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 확실하지만 중국 경제에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건 스텐리 투자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수출 주도 성장에서 젖을 뗀 상태여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45%의 관세를 양국이 교차 부과하더라도 중국의 경우 수출은 13% 감소하고 GDP 성장률은 1.4%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MSCI(모건 스탠리 국제자본 지수)의 중국 주가지수에 포함된 중국 최대의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오히려 미국 대기업들이 중국 소비자 의존도가 더 높다. 결국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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