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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한반도의 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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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에 간 까닭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암시되고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시작된 ‘한반도의 봄’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의 봄’은 자연의 봄과는 달리 한반도 주변국들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봄이어서 시간이 지난다고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남북미 정상회담을 향해 가던 열차에 예기치 않게 중국이 합승을 했다. 이것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촉발된 것으로, 당초 5월 안에 개최될 북미정상회담까지의 프로세스는 예측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변수를 만난 것이다.

여기서 우선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이 왜 중국을 방문했는지가 첫 번째 의문점이다. 이어 중국의 개입의도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아직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의 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중국의 개입 의도도 역시 궁금한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개입에 대한 미국의 태도와 당초 의도한 남북미 정상회담의 과정이 순조로이 진행될 것일까 하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간 까닭은?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회담을 제안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핵무기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기를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과거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을 할 때는 정상회담 방식이 아니라 실무선에서 여러 달 동안 협상을 하고 고위급으로 올라가는 방식(bottom up)이었다. 이 방식은 적당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도중에 협상 파기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25년 동안 협상과 파기를 반복해 올 수 있었다. 이런 점을 들어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선 핵폐기 후 평화협정 등의 이행을 선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을 합의한 이상 5월 안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데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를 생각해 보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정상회담은 시간을 끌 여유가 없는 방식(top down)이다. 회담이 끝나면 바로 결과가 나오고 이행이라는 행동이 뒤따른다. 회담이 잘 끝나 원만한 후속조치가 이뤄진다면 ‘한반도의 봄’은 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된다면 호언장담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석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선제 타격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처음 미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합의에 주저했던 것이다. 볼튼 내정자도 이점을 확인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말들은 진심이다. 오바마 대통령 때와는 달리 여러 가지 선택이 테이블 위에 있지 않다. 오바마 시절에는 군사 행동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지 않았으나, 이제 김정은은 그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사태에서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베이징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의도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중국은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세계 제2차 대전 종전 협상에서도 중국의 장제스 총통은 한반도 독립에는 미온적이었고, 중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카이로 회담의 미국 국무부 기록 (FRUS·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은 1960년대부터 비밀이 해제되었다. 여기서 종전 후 한반도 운명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루스벨트는 1945년 11월 24일 오전 11시 카이로의 한 빌라에서 처칠과 만났다. 그리고 전날 밤 장제스와의 요담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총통(장제스)은 전날 있었던 토의 내용에 대해 매우 만족한 듯하다. 중국이 만주와 한국의 재점령을 포함한 광범위한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다.(There was no doubt that China had wide aspirations which included the re-occupation of Manchuria and Korea).”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생각을 읽게 하는 또 다른 자료도 있다. 1950년 초에 마오쩌뚱 공산당 정부에 의해 집필된 중국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는 아시아를 보여주는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중국 주변국에는 각각의 일련번호가 메겨져 있었다. 1은 티베트이고, 2는 대만, 그리고 한반도는 8번이었다.

이것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앞으로 수복(?)해야 될 과거의 땅에 대한 순번을 메겨놓은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이듬해인 1950년 덩샤오핑이 이끄는 군대가 1번 티베트를 성공적으로 수복(?)했다. 다음은 2번인 대만 순이었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수복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중국 공산당의 계획이 순조로웠다면 8번째로 한반도는 중국의 침공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는데 중국은 제외돼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불렀다는 관측이 있다.

중국 지도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케빈 러드 전 호주총리는 미국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 및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협상을 원하는 어느 누구도 중국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직 CIA 한국 분석가였으며 현재는 워싱턴의 헤리티지 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브루스 클링그너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 합의한 외교 과정에서 중국은 소외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에 대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요한 당사자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회담 후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시 주석의 개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 측 반응은 우선 볼튼 안보보좌관 내정자로부터 터져 나왔다. 중국의 합승에 대한 강력한 비난이었다. “중국은 지난 25년 동안 헛소리만 지껄였다. 그들은 북한의 핵 보유를 원치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며 “중국은 아주 쉽게 김정은 정권을 제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악관 반응은 온순한 것이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아무런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샌더스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대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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