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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지윤호의 계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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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같은 계절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 되길"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난 청년을 맞이하는 것은 예기치 못했던 혼란이다. 감추려 했던 비밀은 긴 잠에 들었던 새 드러나 있다. 자신을 둘러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관계도 달라졌다. 지나가버린 계절은 숙명과 같은 변화들을 남겼다. 그를 둘러싼 바람과 잎새가 앞선 계절로부터 천천히 멀어진 것처럼, 이제 무엇도 전과 같지 않다. 버거운 시간들 속에서 자주 침묵을 택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 제작 명필름랩)의 수현은 그렇게 삶이 주는 시험일지, 축복일지 모를 시간들을 받아들인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수현은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온 엄마 미경(배종옥 분)과 연인 용준(이원근 분)을 다시 마주하며 일련의 변화들을 겪는다.

병상에 누워 있는 장면들이 극 중 수현의 모습을 담는 대부분의 신들이라 해도, 그는 영화가 주요 갈등으로 삼는 미경과 용준의 관계에서 필연적인 존재다. 사고 전후 그의 변화, 수현을 매개로 보여지는 미경과 수현 사이의 감정은 '환절기'가 담아내는 이야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현 역을 연기한 배우 지윤호는 사고 전후 눈빛이나 말씨에서 오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관객을 묘하게 집중시킨다. 영화가 자세히 말하지 않는 수현의 고민과 성장은 그가 그리는 인물의 표정들을 통해 여러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다. 어느 장면에선 그 함축적인 심상을 읽어내기 위해, 스크린 속 저 멀리 앉은 그의 앞으로 더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과 '아르곤' '고교처세왕', KBS 2TV '우리집에 사는 남자', SBS '신의' 등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던 지윤호는 '환절기'를 통해 배종옥, 이원근과 함께 한 편의 작품을 이끄는 경험을 했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였던 이 영화는 지윤호의 첫 주연작이다.

"그저 이 작품의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는 지윤호를 만나 '환절기' 작업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고민도 갈증도 많은 이 속 깊은 신인 배우에겐 어쩌면 지금의 매 순간들이 환절기일지 몰랐다. 까맣고 침착한 눈동자를 가진 그의 안에서도 조금씩, 하지만 조용히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겨울과 봄, 그 사이 어디쯤일 것이었다.

이하 지윤호와 일문일답

-'환절기'는 2년여 전 작업한 영화인 동시에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본 소감이 궁금하다.

"수현이라는 캐릭터에도 끌렸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에 과한 욕심을 내기도 했다. 이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었고, 작업하며 너무 뿌듯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찍든 내게는 가슴에 남을 영화다. 다시 보니 아쉬운 감정이 들더라. 하지만 다시 찍는다고 가정하니, 기술적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 시기 내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영화에 그 고민들이 드러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운 것을 토대로, 아쉬움은 다른 작품에서 풀어야 할 것 같다."

-어떤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내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됐다. 스물 여섯 살이었는데,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에 더 가까이 다가가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환절기'의 수현은 전작들에서의 캐릭터와는 뚜렷하게 다르다.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할 '치즈인더트랩'의 오영곤 역과는 무척 상반된 느낌이라 신선했다.

"'치인트'의 오영곤도, '환절기'의 이수현도 다 나다. 내 안에 어떤 면은 조금 더 크고, 어떤 면은 작은 것이지, 변신을 한다거나 캐릭터에서 다시 빠져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 자아를 몇 개나 꺼내 연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꺼내보는 것이 목표다.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웃음) 그걸 찾아내는 것도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재밌다."

-배우들마다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지윤호는 어떤 과정을 겪는지 궁금하다.

"먼저 아주 작은 것을 찾는다. 사람에겐 각자 다양한 모습이 있지 않나. 남성성이 강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성향을 덜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런 연기를 해야 할 땐 그 특성을 극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요소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내 자신의 경험이나 추억에서 끄집어내고, 느낌을 찾는 작업을 계속 하는 식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이다. '즐거움'의 재미가 아니라, '이것만은 포기 못 해' 하는 마음에 가깝다. 그런 욕망을 나이 들어서도 잃고 싶지 않다. 순진한 아이처럼 늙어가는 것이 꿈이다. 아이들은 그저 아프면 울지 않나. 세상을 꼬임 없이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관계 속에서 타락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려 노력한다면 조금 덜 타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환절기'에선 사고를 당하기 전과 후 수현이 겪는 변화를 그렸다. 큰 액션이나 대사 없이 묘한 변화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수현이 깨어났을 때, 용준과 어머니는 이미 다른 계절로 가 버렸다. 나는 여름인데, 두 사람은 가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수현은 그것을 힘들어했던 것 같다.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수현은 다른 계절에서 겨울을 따라 쫓아가려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열린 결말이지만, 수현은 이미 다른 계절로 가는 두 사람을 쫓아가 같은 계절에 살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현과 용준의 재회 장면을 많은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신으로 꼽는다. 지윤호에겐 어떤 장면이 강하게 남아 있나.

"미경이 수현과 같은 병실을 쓰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간 장면이다. 할머니가 장례식장에서 하는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더라. '버스 정류장 세 개 정도 지나쳐 온 것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갔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것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인생 경험이 없지만, 삶에서 그렇게 사람을 미워하거나 물어 뜯을 필요가 없는 것 같더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환절기'를 찍으며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고 배웠다. 단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무조건 돈이 많거나 명예가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생각의 다양성을 고민하게 됐다.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행복할까' 같은 고민이다.(웃음)"

-관객이 '환절기'를 통해 느끼길 바라는 메시지도 그와 비슷한가.

"영화가 다 끝나고, 함께 보러 온 부모님이나 연인이나 친구들이 서로 '우리가 같은 계절에 살고 있는 걸까?'라고 물을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좋겠다. 더도 덜도 말고 그렇게 물을 수 있는 감정을 준다면 영화가 잘 전달된 것 아닐까 싶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영화로 남는다면 너무 좋겠다. 한 명이라도 우리의 감정을 전달 받았다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말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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