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인사이트]트럼프,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다.(상)
2018.03.09 오후 2:51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서 그동안 세계 각국이 우려해 오던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두 가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명령이고, 다른 하나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예외로 인정하는 명령이다.

이날 서명식은 관세 부과로 혜택을 입게 되는 노동자들에게 둘러 싸여 백악관의 루즈벨트 룸에서 있었는데, 백악관 관리들은 관세 부과가 국가 및 경제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히면서 “철강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15일 후에 발효되며, 그 때까지는 미국 상무부의 대상 국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 예외 적용을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앞으로 발효까지 남은 15일 동안에 변화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 원래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권고한 1안의 대상국 안에 포함돼 있어서 국내 업계는 크게 긴장했었다.


상무부 권고안은 모두 3가지로 1안은 ‘한국과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 12개국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2안은 모든 대미 수출국가의 물량을 지난 2017년 대비 63%로 줄이는 방안이다. 마지막 3안은 모든 철강 제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었는데, 비율이 25%로 수정되면서 3안이 확정된 것이다.

한국 업계는 일단 53%에서 25%로 줄어든 관세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등을 검토하여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WTO 결정은 이기더라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조치에 불과한데다가,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최소 2,3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은 국제법 보다는 자국 연방법이 우선 적용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몇 년 뒤 판결이 나오더라도 합법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가능하며 WTO 제소를 한 한국과는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불리함이 뒤따른다.

한국은 지난 해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이 세계 3위였다. 캐나다가 두 상품 합쳐 대미 수출이 120억 달러로 최고였고, 다음이 EU 73억 달러, 한국은 29억 달러였다. 이어 멕시코가 28억 달러, 브라질이 26억 달러, 러시아가 30억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극렬히 반대하는 관세 정책의 포문을 연 것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무역에 따른 반발로 이루어진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다.

지난 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 달러로 2008년 이후 최대다. 적자는 국가별로 중국, 한국, 멕시코, 일본, 독일 등에서 발생한 것인데, 미국이 대부분 중간 재가공 수출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맹신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보호무역주위와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선 것은 이러한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무관세 무역을 진행할 경우, 미국의 경쟁력이 현저하기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사업 수익을 자국으로 흡수했지만 미국 소비는 이를 상회하고 있어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예산에서 멕시코 장벽 예산이나 기업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시장 환경이다. 관세를 높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관세를 물더라도 수입을 해야 하고, 이러한 보호무역관세의 세수라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의 배경을 좀 더 분석해보면 중국이 주요 목표이며, 철강 관세에 대한 대상은 중국이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을 수입해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인데, 결국 중국산 철강의 수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이런 제재에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해 중국산 철강 수입이 1,400만 톤을 넘어섰고, 이는 중국산 철강을 수입하는 나라 중 1위다. 반면 일본은 전체 철강의 78%를 한국과 대만에서, 독일은 주변 유럽 국가에서 수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1안의 경우 캐나다, 일본, 독일 등이 규제에서 제외되고 한국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미 수출 12위인 베트남도 지난 해 냉연 강판에 500% 넘는 관세를 맞은 것도 미국 철강 회사들이 2016년도에 베트남이 중국산 철강류를 수입하여 간단한 공정 처리만 한 뒤 베트남산 철강으로 미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산 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산 강판이 타국으로 우회해서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안 서명에 대해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사례를 따를 경우 분명히 국제 무역 질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원론적 성명만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중국 상무부가 “미국이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훨씬 유화적인 반응이다.

중국의 반응이 이같이 온건한 것은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캐나다, 브라질, 한국 등의 순이다. 중국은 10위권 밖이다. 중국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 중 11위에 불과하다. 미국의 철강 수입 중 중국산 철강은 2%다.

사실 중국의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중국의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순이다. 미국은 26위에 불과하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비해 수출처를 다변화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철강 관세부과 조치는 중국에게 무역보복의 구실만 제공할 뿐 중국에 실질적 피해를 입히지도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중국은 이미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에 대비해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등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큰 피해가 없으며, 결국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도 관세 부과로 인해 한국 등의 대미 철강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대미 주요 철강 수출국들의 대중국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생산 과잉인 중국산 철강도 피해를 볼 수는 있다. 미국도 그 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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