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팀 킴'의 아름다운 도전, 역사가 됐다
2018.02.25 오전 11:56
예선 8승 1패에 한일전 명승부까지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아름다운 도전이 컬링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한국은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스웨덴에 3-8로 패배, 은메달을 차지했다.

모두가 기대했던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국의 컬링 역사는 대단히 짧다. 1994년 대한컬링연맹이 창립되면서 컬링이라는 '돌치기'가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무명의 스포츠에 가까웠다.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따르면 2001년 국내 최초로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 대회가 개최되었다고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2007 장춘 동계 아시안게임 컬링 금메달 리스트인 이재호 KBS 해설위원은 방송에서 "브러시를 가지고 다니면 청소부인줄 아는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인지도가 조금씩 바뀐 것은 지난 2014 소치 대회부터였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처음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첫 출전에 3승(6패)을 따내면서 컬링이라는 생소한 종목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컬링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강한지 또한 동시에 증명했다.

한국은 이번 예선에서 8승1패를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무대 두 번째 출전만에 이뤄낸 쾌거다. '숙적' 일본에게 한 번 졌을 뿐, 모든 나라들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에게도 예선에선 7-6 1점차 쾌승을 거뒀다.

성적이 나자 자연스레 관심이 몰렸다. 모든 선수들이 경상북도 의성 출신이라는 것과 모두 김 씨(김영미·김경애·김은정·김선영·김초희)인 것에 빗대 '의성마늘소녀'나 '팀 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스킵 김은정이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에 임하는 것을 두고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붙이는가 하면 경기 중 그가 외치는 김영미의 뜻을 분석한 자료가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굴 정도였다.

정작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을 자진 반납하는 바람에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취재진의 질문을 통해 그제서야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인기가 절정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한일전은 백미였다. 일본의 에이스인 후지사와 사쓰키와 김은정의 대결 구도는 뜨거웠다. 후지사와의 샷도 날카로웠지만 김은정의 샷이 더 출중했다. 결국 8-7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처음으로 얼음 위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무표정한 김은정은 눈물을 흘리며 관중들에게 손키스를 보내는 등 팬서비스도 화끈하게 했다.



이날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은 컬링 강국 중에서도 강국으로 꼽힌다. 특히 여자 컬링에선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 토리노 대회부터 2014 소치 대회까지 모두 결승에 올랐고 소치 대회를 제외한 두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어떤 의미에선 달걀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구도였다. 예선에서는 한 번 성공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기에 이날 패배가 좀 더 아쉽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컬링은 역사를 썼다. 예선 때만 해도 '아름다운 도전'이라 불렸던 이들의 행보는 사상 첫 은메달이라는 쾌거로 귀결됐다. 역사를 쓴 그들에게 보낼 것은 박수 뿐이다.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