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눈물 대신 미소, 아픈 과거와 이별한 노선영
2018.02.13 오전 6:10
극적인 올림픽 출전, 노진규 몫까지…후회 없는 마지막 올림픽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힘들게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은 노선영(29, 부산콜핑)이 투혼의 질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눈물 대신 웃음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5조로 출전해 1분58초75로 14위에 올랐다.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 기록인 1분56초04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네 차례 나선 올림픽 기록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결과였다. 2006 토리노 올림픽 2분03초35로 32위, 2010 밴쿠버 올림픽 2분02초84로 30위, 2014 소치올림픽 2분01초07로 29위였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역주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노선영은 온 힘을 다했다. 300m를 26초44에 통과한 뒤 700m 구간 기록을 28초95로 끊으며 55초39에 통과했다. 1100m에서 30초87로 벌어지며 1분26초26에 통과했고 결승선 구간까지 32초49, 1분58초75로 끝냈다.


노선영은 "네 번의 올림픽 중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선영이 올림픽에 오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빙상연맹의 행정 실수로 출전권이 날아갔지만, 김상항 빙상연맹 회장이 직접 노선영을 만나 사과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자격 일부를 박탈하면서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자존심도 세운 노선영이다. 그는 "(네 번이나) 올림픽에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만의 자존심이다"며 살짝 웃었다. 아무나 나가기 어려운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동생이 이루지 못했던 꿈도 어느 정도는 실현해주며 부담을 털어냈다. 동생 고(故) 노진규는 지난 2016년 4월 어깨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쇼트트랙 대표였던 노진규는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남매가 동반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만드는 듯 했지만, 개막 한 달을 남겨 놓고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남매의 꿈은 사라졌다. 노진규가 하늘로 떠나면서 노선영은 동생의 꿈을 안고 평창까지 왔다. 4년의 기다림이 쉽지는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평창에 와서 동생 몫까지 뛰었고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노선영은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며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생 이야기에 눈물 대신 미소를 앞세운 노선영은 남은 팀 추월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과거를 안고 달렸던 노선영에게는 아름다운 미래로 가는 질주만 남았다. 21일 김보름(25, 강원도청), 박지우(20, 한국체대)와의 팀 추월에 마지막 힘을 쏟는다. 자신이 잠시 대표팀을 비워 조직력을 다시 만드는 것이 과제지만 메달권 진입 가능성을 높여 확실한 마무리 후 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이다.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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