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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애매한 위치의 중견기업, 제 자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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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카카오·코오롱·태광 등을 대기업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은 대기업 분류에 속하지만, 한때는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6년 6월 '대기업집단지정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산총액 9조1천억원이었던 코오롱과 7조1천억원이었던 태광, 5조830억원이었던 카카오 모두 1년여 동안 대기업에 속하지 않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같은 분류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기업과 5조~10조원에 해당하는 기업 간 규제를 차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개정 공정거래법을 통해 이들 기업은 다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오락가락 분류된 데는 정책과 현실이 괴리된 이유가 크다. 국내에서 중견기업의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중견기업은 업종과 상관없이 자산총액 5천억원 이상인 기업을 의미한다. 이 경우 앞선 사례에서 봤듯 상황에 따라 자산총액 9조9천억원의 기업도 중견기업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중견기업의 애매한 위치는 현 정부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을 대하는 각각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경제 관련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서는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약속한다.

그러나 중견기업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과 달리 중견기업과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 모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민주노총과는 정책간담회를 열었지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제외했다.

이러다 보니 중견기업계는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에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얼마 전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아쉬움을 토로한 맥락도 이와 같다. 강 회장은 "중견련이 일자리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은 물론 정책 혁신을 위한 공적 논의의 장에 단 한 차례도 공식 구성원으로 초청받지 못했다"며 "정책 혁신을 위해 중견기업의 의견을 물어 오지를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이 국내 전체 고용의 6%, 전체 매출의 18%를 창출하는 경제의 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는 문제제기다.

중견기업의 애매함은 그간 국내 경제를 지배해 왔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분법적 시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 정부에서도 대기업은 상생을 베풀고 규제를 가할 대상으로, 중소기업은 지원을 받을 대상으로 주로 논의된다. 반면 중견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갓 중견기업이 된 기업들은 '초기 중견기업' 등으로 불리며 여전히 지원 대상으로 취급되는 반면, 거의 대기업 규모에 근접한 기업들은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격으로 취급된다.

다행히도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기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면서 중견기업 관련 정책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다.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중견기업 정책혁신 범부처 특별팀'을 출범하고 대대적으로 '중견기업 정책 혁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예정보다 발표가 늦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견기업계의 정책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 '규제'와 '지원'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난,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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