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 지켜지지 않은 정용진의 약속
2017.12.29 오후 5:33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온라인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11번가(인수)에 대해 검토해봤던 것도 사실입니다. 올 연말에 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깜짝 놀랄 발표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 8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에서 '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이 같이 공언했다. 당시 신세계가 오픈마켓 11번가를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직접 이 같은 계획을 밝히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내놨다.

지금까지 나왔던 얘기들은 11번가 인수 재추진, 국내 이커머스 업체 인수, 아마존·알리바바와의 협업 등이다. 그러나 신세계의 11번가 인수 재추진설은 이를 운영하고 있는 SK플래닛 측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후 잠잠해졌고, 국내 이커머스 업체 인수설은 해당 업체들의 적자 규모가 너무 커 실익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사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협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특히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지난 9월께 전자지금결제대행(PG) 합작사를 설립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 둔 만큼, 신세계나 롯데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 협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아마존과 협업해 '역직구'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다양한 추측이 무색할 만큼 신세계에서는 지금까지도 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연내 '깜짝 발표'를 약속했지만 마감 시한을 이틀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 측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아무 것도 없이 그런 말들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실무진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며 연내 발표가 조금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사업과 관련해서도 당시 시차가 있었지만 결국 이마트24에 대한 여러 깜짝 발표들을 하지 않았냐"며 "정 부회장이 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내년 초쯤에는 어떤 것을 내놓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결국 정 부회장이 내놓은 '온라인 사업' 관련 깜짝 발표는 그가 약속한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을 두고 여러 안을 검토했지만, 모두 기대 만큼의 성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 SSG닷컴 등 자사 온라인 쇼핑몰 강화로 전향하면서 깜짝 발표를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편의점 사업 진출,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깜짝 발표하며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연내 '온라인 사업', 내년 상반기 '해외 사업'과 관련해 깜짝 발표를 한다고 자신있게 얘기하자 업계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업계의 기대와 달리 이번 발언과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 인수 문제로 집중됐던 여론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었을지, 실제 온라인 사업과 관련한 깜짝 발표가 맞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년에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부회장은 다른 오너들과 달리 자신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앞세워 이를 마케팅으로 잘 활용해 왔다. 기자들은 그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려놓은 사진과 말 한 마디도 분석하고 취재하려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가진 파워가 큰 만큼 그의 조그만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해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 부회장이 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업계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번 자신에게서 떠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업계에선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을 두고 여러 추측이 무성하다.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 본다면 현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 오너로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발언은 아니었길 바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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