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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 포스코의 윤리경영, 공허한 메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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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업윤리에 위반하는 의사결정이라면 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 중 포스코만큼 윤리경영을 외치는 곳은 없을 것이다. 포스코는 윤리경영 원칙을 기업 의사결정과정에서 최우선 기준으로 내세웠다. 윤리 규범을 우선으로 여겨 초일류 기업으로 나겠다는 취지다.

경영진도 하나같이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윤리와 이익이 상충될 때 이익보다는 윤리를 택하는 것이 포스코의 경영철학임을 명심하고, 윤리를 항상 모든 판단과 행동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권 회장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 10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POSCO Ethics Summit에서도 윤리기반의 경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시행 중인 100% 경쟁·기록·공개의 3대 100% 원칙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을 정착시킬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의 모습을 보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씁쓸하다. 포스코는 운전기사 불법파견으로 노동당국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정작 이들을 또다른 파견직으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려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포스코그룹 내 부동산 관리 용역을 담당하는 포스메이트가 운전기사 161명을 고용하고 포스코 14개 계열사와 용역계약을 맺은 뒤 임원 차량 운행에 필요한 기사들을 파견해왔다.

노동당국은 ▲운전기사들이 포스메이트가 아닌 각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점 ▲포스메이트는 골프장 등을 관리하는 '유흥업'으로 등록된 업체로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점을 근거로 불법파견으로 판단, 직접고용을 사측에 권고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운전기사들을 전문파견업체인 포스코휴먼스 파견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에게 직접고용을 원할 경우 6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압박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상당수의 운전기사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회사에서 나왔다. 또 일부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며 청와대에 민원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운전기사와 가족들은 최악의 연말연시를 맞이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임원 운전기사 등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했고, CJ그룹은 파견직 3천여명을 모두 직접고용하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호응했다. 하지만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내세운 포스코는 다른 기업들과 상반된 조치를 취하면서 윤리경영의 진정성까지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윤리경영은 입으로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없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철강왕' 고(故) 박태준 회장은 제철소 건설 당시 "이 돈은 조상의 피 값"이라며 '제철보국(製鐵報國)' 기치를 내걸었다.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국민의 피땀과 희생이 있었다. 윤리·정도경영을 외친 박 회장이 지금의 포스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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