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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선업계 수주 큰 폭 늘었지만 아직 고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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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후 건조 및 실적 반영까지 시일 걸려…그전까지는 '보릿고개'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가까이 늘리면서, 지난해 기록적인 수주 가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조선업계는 내년과 내후년에는 수주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015년 말부터 이어진 수주 가뭄의 여파가 일감 부족 및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2018년까지는 조선업계 전체가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11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11월까지 573만6천CGT(152척)를 누적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6만9천CGT(56척)보다 약 3.65배 많은 수주량이다. 전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지난해 13.4%에서 올해 29.4%로 크게 늘었다. 같은 시기 전세계 누적 발주량은 지난해 1천167만8천CGT에서 올해 1천950만6천474만CGT로 2배가 약간 안 되는 증가세였는데, 이를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전세계적으로 눈에 띄게 증가한 셈이다.

조선업계는 내년과 내후년은 올해보다 더 많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발주량 증가 등이 작용하면서 조선 경기가 회복 추세다. 여기에 IMO(국제해사기구)가 오는 2019년부터 선박평형수장치 의무화, 2020년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기존의 3.5%에서 0.5%까지 줄이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를 개최하는 함부르크박람회회의(HMC)가 내년 행사의 참가자와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 선주사의 20%가 향후 1년 내 새 선박을 발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매우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럴 것 같다'는 응답도 12%로, 10곳 중 3곳이 선박 발주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난 1일 "내년은 올해보다 훨씬 많은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계의 분위기는 이 같은 수주 증가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분위기다. 올해 수주 증가에 대해서도 조선업계는 호황이 다시 찾아왔다기보다는 지난해 수주 가뭄에 따른 '기저 효과'로 인한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더욱이 당장의 일감 부족과 실적 감소세로 인해 주요 조선사들 모두 유·무급 순환휴직,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처럼 외부 컨설팅을 통해 회사의 퇴출 여부가 판정되는 경우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선박을 수주한 후 1~2년 뒤 건조를 시작하고, 이후 건조 공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6일 올해 4분기와 내년에 걸쳐 대규모 적자가 예측된다고 공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적자 5천600억원, 2018년도 연간 2천400억원의 적자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실적 악화 여파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금융권의 추가 여신 축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2019년부터는 매출이 회복되고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조선주들의 폭락으로 일제히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5일 1만2천600원에서 8일 7천640원까지 폭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15만3천원에서 12만6천500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만8천200원에서 1만7천100원으로 하락했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6일부터 8일, 사흘 사이에 무려 3조5천억원이 빠졌다.

이에 따라, 향후 일감 절벽 기간 동안 얼마나 기존 비용을 줄일 수 있느냐가 내후년까지 버텨 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조선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자구계획도, 내부 고정비용 등을 줄여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질을 갖추기 위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9월 말 기준으로 3조5천억원 중 2조3천억원(65%)의 자구안을 이행했다.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은 제외한 수치로 이를 포함할 경우 이행 비율은 더욱 늘어난다.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 1조5천억원 중 9천억원(65%)을 이행했고, 대우조선해양은 5조9천억원 중 2조5천억원(42%)을 이행했다. 올해 자구계획 목표치 2조7천700억원은 거의 채웠다.

정부도 조선업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 주무 부처들은 국내 조선업 부흥을 위한 단·장기 과제를 여럿 제시했다. 내년 초 국적선사의 발주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친환경 선박 전환 보조금 사업을 통해 내년도 1~3척의 노후 선박 조기 폐선 및 친환경·고효율 선박 신조를 지원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2021년까지 총 9척의 LNG추진선을 발주하기로 했고, 포스코의 고망간강 LNG탱크 탑재 LNG추진선 건조도 국내 조선사를 대상으로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스마트화 등으로 조선소 운영을 효율화하는 등 기술 지원에 상당 액수를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해운 상생협의체 확대·개편, 조선·금융의 원활한 공조를 통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활성화 등 업종별 상생을 통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정부는 내년 초 이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조선산업 혁신성장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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