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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장르 넘나드는 유쾌한 예술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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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작가·예능인…직업·장르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20대 후반,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1996)의 각본가로 데뷔한 장항준 감독은 당대 영화계의 천재 스토리텔러로 불렸다.

예능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각본가이자 영화와 드라마 연출가로도 활약한 그는 어느 감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숫자의 카메오 출연 이력까지 자랑한다.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격할 때면 프로 MC 못지 않은 입담으로 안방을 들었다 놓는다. '전천후 문화예술인'이라 부르기 적절한, 폭 넓은 활동 반경이다.

그런 장항준이 영화 감독으로 돌아왔다. 2003년 '불어라 봄바람' 이후 약 15년 만이다. 그간 영화 '끝까지 간다'(2013)의 각색, SBS '드라마의 제왕'(2012)의 각본을 맡는 등 풍성한 집필 활동을 해 온 그가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미디어메이커)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11월29일 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는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기억의 밤' 개봉을 맞아 만난 장항준 감독에게서 영화 작업기에 더해 그간의 다양한 활동들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엉뚱하고 솔직한 특유의 성격이 형성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일화부터 이른 나이에 받은 '천재 작가'라는 타이틀과 스포트라이트가 독이 될 수 있었다는 자평, 예능 작가 출신인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느끼는 남다른 책임감 등 흥미로운 대답들이 이어졌다.

이하 장항준 감독과 일문일답

-이른 나이 영화 각본가로 데뷔해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데뷔 후 활동을 쭉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이른 성공은 나에게 확실히 독이 됐다고 생각한다. 너무 일찍 잘 돼서 세상이 만만해보였던 것 같다. 이준익 감독처럼 롱런하는 케이스가 정말 좋은 것 아닌가. 가장 불행한 경우는 20대에 모든 일이 가장 잘 된 사람 같다. 나머지 80년을 그렇지 못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아이돌이 이해될 때가 있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까지 그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누가 더 길게 하느냐의 문제다."

-자신의 작품, 혹은 타 감독들의 작품에 자주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기억의 밤'엔 출연하지 않았더라.

"강하늘의 교통사고 장면에서 "괜찮아요?"라고 하는 목소리를 내가 가이드로 녹음했었다. 완성본 속 목소리는 배우가 연기한 버전이다. 내 목소리가 나온 버전을 상영한 내부 시사에선 모두 '빵' 터졌다. 다른 작품들에 카메오 출연을 하는 것은, 아는 사람이 부탁하니까 안 하기도 뭣하고 해서…. 잠깐 가서 하는 것 아닌가. 거절하면 '쟤는 해 주고 왜 난 안 해줘' 할 수 있으니 계속 하는 거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여기 나가고 저기 안 나가면 저 쪽에서 서운해하지 않겠나. 그래서 안할 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웃음)"

-사실 MBC '무한도전'으로 예능감을 확실히 알렸지만 앞서 KBS 2TV '해피투게더'나 과거 MBC '놀러와'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도 남다른 웃음을 준 바 있다.

"잘 되는 날이 있고,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예능은 웃기려고 나가는 것 아닌가. 내가 예능 작가 출신이라 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능은 웃기는 게 미덕인데, 못 웃긴 날은 집에 갈 때 어깨가 처져 있다. 웃긴 날은 집에 올 때 기분이 아주 좋고. 아니, 희극인인가?(웃음) '해피투게더' 출연분이 기억난다. 나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웃음) 그 출연 이후 유재석과 친해졌다. 끝나고 출연자들과 밥을 먹으며 말을 놨다. 그 다음에 '형, 저 재석이에요'라고 전화가 오더라. 그래서 '무한도전'에도 출연하게 됐다."

-아무래도 '무한도전' 출연 후 반응이 뜨거웠겠다.

"'무한도전' 출연 후 사람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일은 쉽지 않은데, '어머, 감독님 아니세요?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술 먹다 합석도 많이 했다.(웃음) 나는 또 사람을 좋아하니까. 합석 하고 '제 친구 불러도 되냐'고 하고. '무한도전'의 파급력은 정말 대단하다. 다른 프로그램 100개에 나간 것 이상인 것 같다. 재방송도 많이 하니까.(웃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장항준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하다. 쉼 없이 깐족대는데 밉지 않고, 구차한 척 하며 웃음을 주지만 그게 초라해보이지 않는 느낌도 있다.

"오늘의 내가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 88세가 되신 아버지께 이번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 나는 정말 공부를 못 하고, 끈기도 없는 어린이였다. 놀기 좋아하고, 숙제를 안 해놓고 했다고 거짓말 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일로 나를 혼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뭐, 그러고 싶었나보지. 공부 못해도 괜찮아' 하는 식이었다.

또래 친척들은 다 공부를 잘 했다. 서로 몇등을 했냐고 묻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 어린 마음에 나는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다. 어린 아이라도 멸시를 당하는 듯한 그 느낌을 아니까. 그렇게 혼자 있으면 아버지가 들어와 '괜찮아. 아빠도 어릴 때 공부 못 했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어머니도 그런 분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딸에게 똑같이 하려고 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덧붙여서 딸에게 이야기한다. '난 형제가 있는데 넌 없잖아. 엄마, 아빠 돈이 다 네 거야'라고.(웃음) '공부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야. 하고 싶은 것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말하곤 한다. 아직 5학년인데 말이다. 아내(김은희 작가)와도 '우리 애는 우릴 닮았으니 공부를 잘 할리가 없다. 억지로 시키지 말자'고 말한다. 우리 부부는 교육 철학이 비슷하다. '학원비로 나갈 돈을 모아서 장사를 하게 해 주자'고 하는 식이다.(웃음)"

-오랜만에 새 영화를 작업했으니 그런 여유를 지키기 어려웠을 법도 한데.

"자꾸 달려가려고 하면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살면서 모두가 근심 걱정을 한 두 개씩은 안고 살지 않나. '이것만 아니면 살 것 같은데' 같은 마음 말이다. 만약 무료하다면 아무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인 거다. '기억의 밤' 음악 작업을 부다페스트에 가서 했다. 처음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싸인' 작업 때 음악 감독 후보들에게 데모를 받았었는데, 정말 좋은 곡들을 보내줬지만 드라마 음악을 처음 하는 분이라서 함께 일하지 못한 분이 있었다. 나중에 꼭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 분과 이번 영화 작업을 하게 됐다. '본 시리즈' 음악 작업을 했던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가까이 연주하는 생음악을 들었다. 정말 소름이 돋더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음악 감독이 '꿈 같다'고 말해줬다. 곧 50살이 되는 분인데 '내가 이런 경험을 다 해 본다'고 하더라.

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너무 신나고 좋았거든.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을 때 좋은 걸 모른다는 점 같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좋을 때 좋은 걸 안다는 건, 진짜 좋은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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