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 흡연자와 비흡연 간 갈등에 웃는 자
2017.12.05 오후 4:17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한 사냥개가 날쌘 토끼를 잡고자 쫓기 시작했다. 두 마리는 몇날 며칠을 쫓고 쫓겼는데 한참이 지나자 두 마리 모두 기진맥진해 쓰려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던 농부는 힘도 들이지 않고 두 마리를 잡아갔다. 개와 토끼가 싸우는 틈을 이용해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견토지쟁(犬兎之爭)의 유래다.

어떠한 현상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수혜자로 나뉜다. 가해자를 수혜자로 착각하기 쉽지만, 수혜자는 보통 현상의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가정에 자라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폭력적인 학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게 온전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도 또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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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혜자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결 구도를 조성하고 조용히 실리를 챙긴다는 것이다. 농부는 사냥개에게 '토끼는 나쁘다'는 인식을 주입해 토끼를 계속 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사자성어처럼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의 운명은 위태로워진다.


이같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12월부터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모두 금연 구역이 됐다. 금연 아파트도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는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고자 검토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많은 비흡연자는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 때문에 간접흡연을 당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길거리 보행 중에 흡연하는가 하면,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간접흡연에 분노한다. 흡연자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면서 흡연자는 어느새 '흡연충(蟲)'이 됐고 배척의 대상이 됐다.

흡연자들 역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변 애연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갖은 노력을 해 왔는데 '흡연충'이라는 표현은 너무하다는 것. 또한 담배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면서 연간 12조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잘못을 흡연자에게만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금연구역은 26만여곳인데 반해 길거리 흡연시설은 43개에 불과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35개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이 직접 설치한 곳은 겨우 8개뿐이다. 흡연시설도 없이 흡연금지 구역만 확대하니 흡연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결국 비흡연자의 피해만 커지는 것이다.

정부는 담배 세수 상당수를 흡연자의 흡연권을 위해 사용해야 하지만, 복지와 교육 등 흡연과 무관한 분야에만 충당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 등 부자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충해야 하지만, 이것이 어려우니 담배 가격을 인상해 손쉽게 흡연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흡연자는 나쁘다'라고 인식을 퍼뜨피고 있다. 의료재정을 축내며 길거리에 간접흡연을 일삼는 흡연자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프레임이다. 결국 사냥개와 토끼가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정작 수혜자인 정부는 응징의 대상에서 빠진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분연(分燃)정책을 활성화해 길거리 곳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하고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철저히 분리해 갈등을 줄여나갔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선 이제는 서로 멸시해서는 안 된다. 정작 뒤에서 웃고 있는 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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