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삼성·LG 세탁기, 저가 공세로 월풀 눌렀나
2017.11.18 오전 10:17
"월풀의 시장점유율 하락폭 미미하고 가격 공세 근거 부족"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한국산 세탁기의 저가 공세로 미국 세탁기 시장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월풀의 주장은 사실일까?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외국산 세탁기에 대한 수입 제재 방법과 수준 결정을 앞두고 월풀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자.

이날 미국 ITC 결정에 따라 미국행 배에 오르는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의 운명이 결정된다. ITC 위원 4명은 지난 9월 수입 세탁기가 자국 세탁기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는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미국 대형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 5월31일 ITC에 외국산 24.4∼32인치 대형가정용세탁기(한국 기준 13∼30kg)와 주요 부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시행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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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은 이때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지나치게 싼 가격에 수입되면서 자국 세탁기 제조업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폈다. 자사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 밀려 뒤처졌고, 이로 인해 부당하게 손해를 봤다는 논리다.

◆월풀, 시장점유율 하락폭 미미…지배적 위치 여전


먼저 시장점유율 측면을 살펴보자.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올해 월풀의 점유율은 지난 2015년에 비해 약 1.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4.3%포인트, 1.5%포인트 상승했다. 증감치로만 판단하면 월풀의 점유율이 하락한 대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숫자를 보면 월풀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점유율을 보면 ▲월풀 37.7% ▲삼성전자 17.1% ▲LG전자 13.5%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쳐도 월풀의 점유율에 미치지 못한다.



월풀의 최근 북미 영업실적 또한 견조한 편이다. 지난 3분기 북미에서만 3억5천만달러(3천9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 상승한 30억달러(3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월풀 측은 공식 성명에서 "출하량 강세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북미 지역 내 가전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4~6%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월풀이 자사 가전 사업의 주축인 세탁기 분야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한다면, 최근 이처럼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사항이다.

◆가격에서 밀려? 삼성·LG 제품이 더 비싸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는 과연 가격 경쟁력으로 월풀을 눌렀을까. 업계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미국에서 강세를 보이는 부분은 비교적 저렴한 상단 뚜껑형 세탁기(톱로더)가 아닌 상대적으로 고가인 드럼세탁기(프론트로더) 시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 1위는 LG전자였고, 이후 삼성전자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트랙라인 기준 25.6%로 집계됐다.

미국 최대 전자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에 따르면, 현지에서 판매되는 드럼세탁기 상위 3개 모델의 평균 가격은 LG전자가 약 1470달러(약 166만원)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 제품은 약 1317달러(약 148만원), 월풀 제품은 1천110달러(약 125만원) 수준이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세탁기를 싸게 팔아서 점유율을 빼앗는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유력…제재 수준이 관건

업계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앞서 ITC의 산업피해 판정이 만장일치였던데다, 세탁기는 중간재가 아닌 완성품이기에 제재 시행 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업체들이 거의 없다.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 관계자는 "소비재가 세이프가드 제재 위기에 처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재 조치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학 원료나 반도체 부품 수입이 제한되는 경우보다는 파장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제품과 핵심 부품이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ITC는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산업피해 부정(negative)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산 제품과 부품에 대해서는 보호막이 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당시 마지막 연설에서 FTA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등 통상 압박 기조를 누그러뜨린 바 있다.

ITC는 21일에 결정된 제재 조치를 보고서 형태로 요약해 내달 4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세이프가드 발동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면 업계에 큰 피해가 예상돼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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