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발주 늘어나는데…저가 경쟁에 조선사들 '고민'
2017.11.14 오후 6:17
싱가포르 셈코프마린, 저가 공세로 연이어 수주계약 따내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제 정유사들의 해양플랜트 발주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도 주요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조선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배럴당 26.21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유(WTI)는 13일(현지시각) 현재 배럴당 56.7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초 배럴당 27.88달러까지 폭락했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13일(현지시각) 현재 배럴당 63.16달러에 거래 중이다. 둘 모두 11월 들어 연중 최고점을 기록할 정도로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내부 권력투쟁,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감산 연장 합의, 미국의 원유 수요 증가 등이 국제유가 상승을 이끄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전에는 저유가 등으로 워낙 해양플랜트 발주가 드물었기에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에도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 스타토일로부터 11억달러에 수주한 플랫폼(상부 구조물) 2기가 전부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해양플랜트 발주는 지난 2014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선사들은 이전에 국내 조선사들에 발주한 해양플랜트에 대한 인도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도 당초 예상보다 수주 잔금을 받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곤란을 겪었다. 더욱이 시드릴 등 일부 선사들은 저유가로 인한 경영 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몰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에게 납부해야 할 수주 잔금을 여전히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국제유가가 다소 오르면서 정유사들에 원유 채취를 통한 채산성이 생겼다. 이에 국제 정유사들은 새로운 프로젝트 입찰을 개시하고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등 해양플랜트 발주 채비에 들어갔다. 국내 조선사들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1월과 6월 각각 1기씩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와 부유식 LNG생산설비 수주에 성공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주요 프로젝트로는 베트남의 푸꾸옥 페트롤리움이 발주하는 '블록B 가스 프로젝트', 미국 쉐브론이 발주하는 '북해 로즈뱅크 프로젝트', 영국 BP의 '또르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등이 있다.

블록B 프로젝트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 미국의 맥도멋 등 4개사가 입찰 제안 준비를 하고 있다. 로즈뱅크 프로젝트에는 국내 조선3사와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지난 9월 발주처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아 현재 입찰 준비 중이다. 또르뚜 가스전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소 8곳이 최종 입찰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국제 정유사들이 추가로 해양플랜트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발주가 전세계적으로 재개된 것에 반색하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조선사인 셈코프마린으로 인해 연이어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을 놓쳤기 때문이다. 셈코프마린은 최근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멕시코만 '비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했지만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셈코프마린에 모두 고배를 마셨다.

셈코프마린은 또 지난 10일에는 노르웨이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프로젝트'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부유식 원유생산설비의 하부 구조물을 건조하는 조건으로 셈코프마린이 제안한 금액은 약 4억9천만달러다. 당초 외신에 의해 대우조선해양이 5억7천500만달러의 입찰가를 제시했다고 알려지며 가격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이 나왔지만, 셈코프마린은 이보다 훨씬 더 적은 입찰가를 제시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예상보다 훨씬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스타토일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입찰한 가격과 거의 1억달러 차이가 난다"며 "싱가포르 조선소들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쪽 인력을 고용하다 보니 인건비 비용이 굉장히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워낙 수주가격이 싸게 들어와서 국내 조선사들이 도저히 쫓아갈 수 없을 정도였다"며 "기본적으로 수주를 통해 이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주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상선보다 해양플랜트의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건만 된다면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해외 조선사들의 저가 입찰 공세가 이어질 경우, 그간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거의 독점해 왔던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부유식 해양플랜트 중에서 상부 구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덜 요구되는 하부 구조물의 경우 높은 기술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하부구조물은 선박 선체와 구조가 비슷해 상대적으로 건조가 어렵지 않다"며 "반면 상부구조물은 일종의 원유생산공장 개념이라 각종 장치들이 더 많이 필요해 아무래도 요구되는 기술력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양플랜트에 대한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극단적인 저가 수주 전략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0년대 초 무렵 해양플랜트에 대한 무리한 저가수주가 결과적으로 국내 조선사들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따내기 위해 무조건 가격을 낮출 계획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안 된다"며 "향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할 때도 수익성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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