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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명품백 가격은 엿장수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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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150만원 올리면서도 뚜렷한 인상 이유 없어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콧대 높은 명품업계의 배짱 경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혼수 시즌과 연말 대목을 앞두고 줄줄이 가격을 올리면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 한 줄 없다.

샤넬은 지난 5월과 9월에 이어 이달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입문용 제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코코핸들 미디엄 리자드'는 476만원에서 615만원으로 하룻밤 사이 139만원이나 올랐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에서는 원가와 환율 변동을 고려한 조치라 하더라도 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루이비통 역시 이달 1일부로 일부 품목 가격을 최대 6% 인상하면서 사전 예고는 물론, 현장 판매직원들에게조차 인상 품목과 인상률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상 첫날부터 고객들의 항의 전화로 현장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아울러 루이비통은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는 식상한 멘트조차 내놓지 않았다.

지난 9월 말 평균 7% 정도 가격을 올린 구찌는 3주 만에 말을 바꿨다. 9월 6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했던 구찌는 28일 돌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반적으로 유럽계 명품업체들은 유로화 환율이 오를 경우 제품 가격을 올리는데, 6~28일 환율변동이 크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런 가격 인상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원/유로 환율이 1천361.84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곡선을 그리다 최근 1천294.58원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샤넬·루이비통·구찌·디올·발렌시아가 등의 명품업체들은 꾸준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수입 명품의 가격 및 AS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대만에 이어 명품 가격이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방류의 경우 한국에서 100만원인 제품을 프랑스·이탈리아에서는 73만원에 판매하는 등 수입명품의 국내가격이 생산국보다 크게 비쌌다.

또 관세혜택이 적용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도 가격 인하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인상된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사업자별 또는 품목별로 가격 변화 시기나 변동 폭이 일정하지 않아 원자재 가격 상승 또는 관세혜택 미적용 등을 변동의 원인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사 후 5년이 지났지만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명품업계의 횡포는 여전히 변함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소비자들의 과시적 소비경향과 미비한 국내 규정 속에서 명품업체들은 '엿장수 마음대로'식 가격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이 명품의 수입·매출원가와 국내·외 가격에 대한 시장 조사에 나서야 한다. 명품업계의 '깜깜이'식 가격정책에 등불을 비춰야 할 때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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