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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음료 자회사 내세워 '옥시' 인수…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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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양사 시너지 의문…공정위 규제·노조 반발 의식했나"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LG생활건강이 자회사인 해태htb를 앞세워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익산공장을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쉐리·옥시크린·물먹는하마 등 생활화학제품을 생산해온 익산공장이 음료제조사와 시너지를 내기엔 한계가 있는지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41일째 파업 중인 자사 노동조합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인수 주체를 해태htb로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htb는 옥시와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30일자로 폐쇄된 익산공장 부지와 건물, 포장설비 등 물적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부터 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인수 협상 전담팀을 구성해 익산공장을 현장실사 하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해왔다.

최종 인수까지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으로 약 2달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 주체가 국내 생활화학용품 시장점유율 1위인 LG생활건강이 아니라 음료제조업체인 해태htb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해태htb는 썬키스트·써니텐 등 과즙탄산음료와 씨그램미네랄워터·휘오다이아몬드 등의 생수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미·주근깨 치료제 'CNP 엑스퍼트크림'과 잇몸병 치료제 '정연탁효 RX 십고초 페이스트' 등 의약품과 '구론산바몬드', '홍삼연탄'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나 익산공장과는 접점이 없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이 해태htb를 앞세운 이유는 공정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의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회사의 영업용 고정자산을 양수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시장조사전문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6대 카테고리(샴푸·린스, 바디워시·비누, 치약·칫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35.4%, 2016년 36.7%, 올 상반기 37.1%로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옥시의 대표 생산품목인 표백제(옥시크린)·제습제(물먹는하마)까지 더해지면 시장점유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옥시는 '표백제=옥시크린'으로 인식될 정도로 표백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표백제 시장에서 옥시의 시장점유율은 27.4%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논란이 있기 전인 2015년(93.4%)보다는 큰 폭으로 꺾였지만 여전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24.2%로 2위를 차지했다. 양사가 올 상반기 국내 표백제 시장의 51.6%를 차지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옥시크린과 물먹는하마 사업권까지 인수한다는 얘기가 돌고있다"며 "만약 LG생활건강이 익산공장을 인수했다면 표백제와 제습제 부문의 독과점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LG생활건강이 인수 주체를 해태htb로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실제 옥시는 익산공장 매각에 따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과정 중에 있다.

옥시 관계자는 "익산공장을 매각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며 "옥시크린이나 물먹는하마 등 호흡기에 관련되지 않은 제품은 국내외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방식을 통해 비즈니스를 이어갈 계획이나, 이 중에는 단종 되는 브랜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옥시가 옥시크린과 물먹는하마 생산방식을 OEM으로 바꿔도 이전처럼 판로를 확대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옥시가 옥시크린과 물먹는하마까지 LG생활건강에 넘기고 국내 생활화학용품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지적에 LG생활건강은 "과거에도 LG생활건강과 해태htb(당시 해태음료)가 영진식품 드링크사업을 함께 인수한 전례가 있다"며 "다만 해태htb의 기존 공장이 익산에 있다 보니 관리상의 편의성을 위해 해태htb를 중심으로 인수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태음료에서 해태htb로 사명을 바꾸면서 음료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의약외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만큼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옥시크린과 물먹는하마 사업권 인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생활건강, 해태htb 내세워 '1석3조' 효과 거둬

아울러 LG생활건강이 임금인상률을 두고 41일째 파업 중인 노조를 의식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600여명의 노조원들은 임금인상률 13.8% 제시하며 지난 23일부터 광화문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5.25% 인상률을 고수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17년간 임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자연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이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최근 2년간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맞서면서 임금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의 본산인 청주공장은 치약·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의 생활용품을 주력 생산하는 곳으로 익상공장과 생산품목 및 시설이 상당부분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이번 총 파업을 겪으면서 LG생활건강도 생산시설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또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은 강성 성향으로, 임금협상에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M&A를 추진하기엔 본사 측에서도 부담이 컷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LG생활건강이 익산공장에 남은 41명의 옥시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도 제2의 총파업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공장을 돌리려면 상당수의 근로자가 필요한 데도 굳이 물적 자산 양수만 고집한 까닭은 LG생활건강이 노조가 없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해태htb를 앞세움으로써 LG생활건강은 청주공장에 대적할 만한 생산시설을 갖추되 현 노조와의 충돌은 피하고 노조의 세력 확장은 경계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익산공장에 남은 옥시 노조는 공장매각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문형구 옥시 노조위원장은 "옥시가 말한 재취업 지원 방안이라는 게 이력서 작성법을 알려주고 LG생활건강 요청 시 소수 인원을 추천하겠다는 정도"라며 "이를 빌미로 조만간 희망퇴직을 또다시 진행할 분위기다. 노조는 고용승계 보장 없는 공장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등 끝까지 공장 사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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