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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외국기업만 편애(?)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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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이달 초. 상도동 지역에서 몇 년 동안 동네 핫 플레이스로 사랑받았던 '파리바게뜨'가 갑자기 구석으로 이전되고 '스타벅스'가 새롭게 오픈했다. 커피 전문점이 들어설 것 같지 않은 주택가였지만 막상 스타벅스가 이곳에 오픈하고 나니 동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서울 명동, 강남 등 번화가에서도 길 건너 하나씩 자주 보인다 싶었던 스타벅스는 이제 동네 상권까지 파고 들어 소규모 커피 전문점들을 위협하고 나섰다. 이 탓에 주변에서 동네 주민을 상대로 커피를 팔던 점주들은 스타벅스가 들어선 후 고객을 뺏겨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커피 공룡' 스타벅스는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477개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커피 전문점들을 출점 제한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해 말 1천점을 돌파했고 9월 말 기준으로 1천90개까지 늘었다. 그 덕에 매출도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내 커피 전문점들의 출점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들은 대부분 가맹점 체제로 운영돼 가맹사업거래 관련법상 출점 제한 대상에 걸려 매장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본사와 신세계 이마트의 5대 5 합작법인인 스타벅스는 모든 점포가 직영점이어서 출점 규제와 거리가 멀다. 결국 국내 커피 전문점들이 정부의 규제에 발목 잡힌 동안 스타벅스만 배를 불려갔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정부 규제 덕에 외국기업이 물밀 듯 들어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제과·제빵업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제과·제빵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외국과의 무역 마찰 등을 우려해 국내 브랜드에만 이를 적용했다. 이 탓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업체들은 출점 점포수와 거리 제한으로 성장이 멈췄다. 그 사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외국 베이커리 브랜드들은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렸고 동네 빵집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정부 덕에 외국기업이 시장을 잠식한 사례는 온라인 업계에서도 발견됐다. 지난 2011년 G마켓과 옥션을 합병할 때가 그 예다. G마켓과 옥션이 합병하며 탄생한 이베이코리아는 이베이가 지분 100%를 소유한 이베이KTA(UK) Ltd.의 자회사로 미국 본사의 손자회사에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시장 독점 등을 문제 삼아 많은 기업들의 합병을 막고 있지만 6년 전에는 달랐다. 업계에서는 당시 양사가 합병하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 독점적 시장 지위로 인해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공정위는 조건없이 합병을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는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과 달리 합병 이후 갑질, 과장광고, 수수료 등 끊임없는 불공정거래 이슈에 휘말렸고 결국 공정위의 제재도 받았다. 또 이베이는 현재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며 거래액 약 14조 원을 기록, 롯데(26조 원), 신세계(18조 원) 등 국내 유통 대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의무휴업' 등 각종 정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 유통사란 이유로 유통 규제 대상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앞으로 거래액 규모를 키우는 데 더 유리하다.

외국 기업에만 관대한 정부의 이 같은 대응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특혜 아닌 특혜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에 정부를 향한 업체들의 실망감은 갈수록 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 다시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상생'을 앞세워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규제의 덫'을 여기 저기에 놓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또 어떤 외국기업이 국내 시장에 침투해 올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경제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적당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섣불리 시장을 판단하고 규제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으려고 혈안됐다가 외국기업이 실속을 독차지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제껏 벌여놓은 문제들을 바로 잡고 외국기업이 더는 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나서주길 바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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