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주유소 기름값, 국제유가 따라 움직일까
2017.10.16 오후 6:17
국제유가 요인 크지만 다른 여러 변수들도 많아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1주 연속 오름세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전주 대비 2.6원 상승한 1503.1원, 경유는 2.7원 오른 1294.0원을 기록했다.

석유공사는 매주 발간하는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에서 기름값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꼽는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정제투입량 증가 및 정제가동률 상승 등 국제유가 인상 요인은 다양하지만 결국 이 같은 유가 추이가 국내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11주 사이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6.5달러에서 54달러까지 꾸준히 올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전체 원유의 99% 이상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변동 추이가 기름값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특히 국제유가가 인상하면 주유소들이 바로 이를 기름값에 반영해 가격을 올리면서, 정작 국제유가가 인하하면 가격 인하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유사와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일까.

◆기름값 인하, 국제유가만이 변수는 아냐

국제유가 추이가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국제유가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화에 영향을 준다. 국내의 경우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며, 정유사 공급가도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공급가는 국제 제품가격에 완전히 연동돼 있다"며 "이를 기초로 (정유사 공급가를) 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 공급가로 기름을 공급받은 주유소가 최종적으로 개별 기름값을 정하면 주유소 판매가가 된다. 대부분의 주유소가 가맹 주유소이기에 각 주유소별로 기름값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몇 단계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는 국내유가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기름값을 통해 국제유가 인하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국제유가가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있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하는 시점에서 정제유를 주유소에 공급하기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당장 폭락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적어도 2주가 지난 뒤에나 유가 하락분이 반영된 가격표를 볼 수 있다.

높은 유류세 문제도 제기된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휘발유 판매가격(1500.39원) 구성 중 59%인 리터당 882.8원을 유류세가 차지하고 있다. 경유(1291.3원)는 이보다 낮은 50%(646.6원)가 유류세로 구성돼 있지만 구성 요소 중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 외에 정유사 가격이 37%(551.4원), 유통비용 ·마진 등을 포괄하는 VA가 4%(66.3원)로 구성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유류세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체감폭을 적게 느끼는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아닌 정부의 영역이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유류세를 낮추지 않으면 기름값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정부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09년 5월 이후 유류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동결하는 등, 일관되게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해 왔다.


지난 6월에는 경유세 인상 파장도 불거졌다. 미세먼지 감축 차원에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 정유업계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잠정 중단했지만, 내년에 관련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류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판매가에서 세금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유류세는 종량제 성격이라 일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면 리터당 가격이 고정돼 있다"며 "가격 인상·인하폭 결정에 유류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름값 인상은?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국제유가가 인상하면 인하 때와 달리 정유사와 주유소가 바로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국제유가 인상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올리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 11일 발간한 '9월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 동향' 보고서를 보면, 백분율 환산 기준으로 지난 9월 1주부터 4주까지의 기간 동안 국제휘발유 가격이 1 상승하는 동안 세전 공장도가(유류세를 반영하지 않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는 2.95가 인상됐으며 주유소 역시 판매가를 1.63 인상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국제유가와 정유사 공장도가, 주유소 판매가가 비대칭을 이루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는 기간이 되면 상대적으로 인상분이 빨리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할 말은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공급가가 국제제품가격에 연동돼 있고, 국제제품가격은 정기적으로 공시된다"며 "따라서 국제유가가 올랐다고 빨리 올리고, 반대로 내릴 때면 천천히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가격 수치가 공개되기 때문에 정유사 차원에서 기름값으로 장난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하락분만큼 국내 가격을 적정 반영하고 있다"며 "장기 기간 동안 보면 국제유가 변동치와 정유사 공급가 변동 추이는 전반적으로 일치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보면 국제유가보다 정유사·주유소의 인상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통계를 작성하는 쪽의 주관에 따라 기간을 임의로 설정할 수도 있다"며 "이를테면 8월 다섯째주부터 9월 셋째주를 기간으로 잡으면 오히려 정유사 공급가가 국제유가보다 덜 올랐다는 통계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실 소비자들에게는 일선 주유소의 기름값이 관건이다. 애당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 인상·인하폭도 결국 주유소들의 유가 변동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유소의 경우 일부 직영주유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맹주유소라, 개별 주유소의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인하분을 잘 반영하는 주유소가 있는 반면, 국제유가 인하분을 잘 반영하지 않다가 인상 시에는 기름값을 올려 버리는 주유소도 있다.

이서혜 연구실장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일부 주유소의 경우 주유소 가격을 내리는 데 소극적인 반면,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있으면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전체 주유소 판매가의 평균을 올리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주유소는 정유사에게 제품을 받아 일정 부분의 유통 마진을 넘기는 업종"이라며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쓰는 곳도 있는 반면, 가격 경쟁 대신 마진을 높여 수익을 얻는 것을 택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즉 정유사 공급 가격에 따라 주유소의 판매 가격도 결정되지만, 각 주유소마다 입지 조건이나 경영 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유가와 주유소 판매가 추이가 반드시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유소들이 정유사 공급가가 비쌀 때 구매한 기름의 재고가 남아 있으면, 재고를 처리하기 전까지는 마진을 남기기 위해 기름값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결국 국제유가가 기름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국제유가만이 변수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추이를 반드시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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