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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에 우는 유통街…정부 소극적 대응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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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오리온 등 유통업체 직격타…정치권, 정부에 한 목소리로 '질타'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지난 3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사드 보복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후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까지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곳은 롯데를 포함해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농심 등이다.

앞서 작년 8월부터 드라마, 예능 등 한류 콘텐츠 제한,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의도적 외교 결례 등 감정적 조치를 이어오던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15일부터 한국행 단체 여행상품 판매금지를 비롯해 크루즈 한국 부두 정박 금지, 롯데 관련 상품 전면 퇴출, 중국 롯데마트에 대한 매장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등을 내리면서 보복 강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사드 배치 후 국내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한국 기업 피해 규모는 8조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중국의 사드 보복 무역 피해 사례는 247건이나 접수됐다. 산업은행에서는 사드 문제에 따른 경제 손실이 7조 원에서 2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의원은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드 보복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보복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올 한 해 매출이 1조2천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롯데의 시름이 깊다.

지난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그동안 10조 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현지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지금은 사드 보복으로 반 이상의 점포가 영업을 하지 못하고 피해액은 수천억 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실제로 지난 11일 현재 112개 점포 중 87개점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임시휴업 중이며 12곳만 정상영업하고 있다.

또 전체 매출액은 올해 1~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천500억 원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0억 원 더 줄어 적자폭 확대로 이어졌다. 올 한 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천2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롯데마트 측은 보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중국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들을 위해서라도 수천억 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투입해 마트 사업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해 중국 롯데마트 매장 처분 작업에 들어갔으며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은 이날 "현재 주관사를 선정했고 중국 롯데마트 점포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향후 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내에 재공시 하도록 하겠다"고 공시했다.

롯데는 마트뿐만 아니라 면세점에서도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고객 급감으로 지난 2분기에만 2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천326억 원에서 96.8%나 급감한 74억 원에 머물렀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영업 환경 악화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공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매장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3조 원을 투입해 진행됐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역시 작년 12월부터 공사가 중단돼 재개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롯데제과는 지난 상반기 중국 매출이 379억 원에서 194억 원으로 약 50% 급감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롯데가 마트 매각을 시작으로 제과, 음료 사업장도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롯데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체들도 사드 역풍에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의 성장세 둔화로 올 2분기 해외사업 매출과 아시아 사업 매출 성장률이 각각 7.3%, 9.7%로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1분기 각각 17%, 1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식품업체들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거둬들인 오리온은 사드 갈등 이후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법인 매출은 42.1%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오리온은 계약직 판촉사원을 중심으로 현지 인력을 약 20% 감원하고 14년 만에 중국법인 대표를 이규홍 부사장으로 교체하며 위기대응에 나섰다. 농심도 상해농심식품유한공사,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 심양농심식품유한공사 등 대부분의 중국법인이 적자 전환했다.

이로 인해 일부 식품기업들은 중국 사업 철수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국가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며 중국 사드 보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업체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극적 대응만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한 압박에 못이겨 일부 업체들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를 외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3~5월경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과의 세 차례 간담회를 통해 중국의 사드보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장기화가 예상돼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단 한 차례의 간담회도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정부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3월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중국이 WTO 및 한·중 FTA 협정 상 다수조항을 명백하게 위배했다는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이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서는 WTO 등 세계기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중국의 행동에 대해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산업부도 지난달 13일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청와대가 '한중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해결하겠다'며 정반대 입장을 드러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정부를 향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오락가락 횡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국회는 지난 3월 사드 피해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후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산업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 피해현황에 대해 면밀하게 시태 조사를 하고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범부처 차원의 대응책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드 보복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위기는 이미 기업의 통제를 벗어났다"며 "정치적 이슈를 기업 역량만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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