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정감사…'사상 최대' 기업인 소환 예고
2017.09.15 오후 4:17
14일 국감 증인요청 임시 명단 유출…총수 다수 포함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기업인들에 대한 무더기 증인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매년 가을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반복되는 마구잡이식 기업인 소환 행태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에서 작성한 국감 증인요청 명단이 유출됐다. 명단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외에도 전체 47개 기관에서 총 58명의 증인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기업인이 26개 기관 32명, 금융인은 19개 기관 22명이다.

명단에 오른 이들의 주요 지적 사항은 불법 영업 강매(정몽구), 일감 몰아주기(정몽구, 권오현, 김승연), 기업집단 및 비상장사 공시위반(최태원, 신동빈, 허창수 등), 중소기업 납품업체에 과다 수수료 부과(신동빈, 이명희 등), 멤버십 포인트 비용 부담(최태원, 구본무, 황창규) 등이다.



국회 등에 따르면 해당 명단은 여야 정무위원회에서 합의한 공식 명단이 아니라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에서 임시로 작성한 명단이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명단 작성에 대한 오더를 내렸고, 여야 간사실에서 증인 명단을 취합 중인 단계"라며 "(유출된 명단은) 절대 확정된 명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식 증인 명단은 정무위 전체회의와 상임위원회 간 협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욱이 정무위 외에도 각 상임위별로 증인 명단을 작성하기 때문에 실제 국감에 소환되는 기업인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정감사 증인으로 선정된 기업인들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보고서인 '국정감사의 본질과 남용: 증인신문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기업인 수는 평균 124명으로 16대 국회 평균 57.5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17대 국회에서 51.75명이었던 평균 기업인 증인 수는 18대 국회에서 76.5명, 19대 국회에서 124명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기업인 증인 수가 150명에 달했다.

소환되는 기업인들도 점점 무게감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5년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때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형제의 난'에 휘말려 있던 신 회장의 신문요지는 '롯데그룹 특혜 및 상장차익 사회환원 여부 관련'이었다.

그 해 정무위 증인 명단에는 신 회장 외에도 조현준 효성 사장(현 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조대식 SK 대표(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도 있었다. 이 중 조현준 사장과 정준양 회장은 불출석했다.

지난해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부실과 관련해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등도 그 해 정무위 국감 증인 명단으로 꼽혔다. 국감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출석했다.

다만 기업인들이 장시간 동안 진행되는 국감 내내 출석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5년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제19대 국회 국정감사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4년 국감에 일반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증인 266명 중 34명이 질의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들 중 상당수는 현직 기업인'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기업인, 특히 총수를 부르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세 과시'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출석요구서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출석 요구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그러다 보니 구체적으로 질문하기보다는 일단 와서 국회의원들에게 혼나 보라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감 시즌만 되면 으레 어떤 기업인들이 국감에 출석하게 될지 얘기가 나돈다"며 "올해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꼭 필요한 이유에서 소환한다면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기업인들을 소환한다면 자칫 기업 경영에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고,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재계는 국정감사에서의 과도한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들은 입장문을 내고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의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되는지 여부가 정책 주체인 국가기관의 국정운영 실태보다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국정감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업인 증인·참고인 채택이 엄격히 제한되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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