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편의점 테이블서 '맥주 한 캔'이 불법?
2017.09.15 오후 4:42
야외 테이블 설치·음주 행위 '금지'…관계부처 노력에도 개선 힘들어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은 한 여주인공은 회사에서 분통이 터지는 일을 당하고 화를 식히기 위해 대낮에 편의점을 찾았다. 그 여주인공은 그곳에서 소주와 맥주, 삶은 달걀을 산 후 자신이 가져온 텀블러에 소맥(소주+맥주)을 만들었고 계란을 한 번 베어 문 후 시원하게 술을 들이켰다.

# 또 다른 장면에선 매니저로 등장하는 다른 여주인공과 배우 역할을 맡은 남주인공이 편의점 앞에 놓여진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그 전까지 티격태격하던 이 둘은 술에 취한 채 서로의 비밀을 토해내며 신나게 맥주를 마셨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편의점에서 주인공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술 한 잔이 생각 나 동네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하게 된다.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된 편의점이라면 앉아서 한 잔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컵라면 한 개와 캔 맥주 하나를 간이 테이블에 놓고 서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괜찮을까.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편의점 안팎에서 음주를 즐기고 있는 탓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불법'이다.

1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편의점 내 또는 편의점이 설치한 외부 테이블 등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우선 식품위생법 제21조에서는 휴게음식점일 경우 음료와 컵라면, 분식 같은 간편조리식을 판매할 수 있으나 음주행위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또 음식을 판매하면서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해야 한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일반음식점 등으로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대부분 사업자등록만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용 고객들은 편의점 내부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또 편의점들이 인도와 차도에 테이블을 설치할 경우 상황에 따라 식품위생법, 건축법, 도로법, 주차장법 등의 규제를 받는다. 특히 도로에 설치한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는 장애물로 간주돼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도로법 제61조, 도로교통법 제68조 2항 등에 위반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간혹 야외 영업 허가 지역을 지정할 수 있지만 소음 민원이나 안전을 이유로 이를 허가해주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 관계자는 "건물과 보도 사이에 있는 3~5m 가량의 빈 공간에 테이블을 설치하면 '건축법'을, 일반 보도에 설치하면 불법 점유율로 간주해 '도로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며 "특히 어떤 법규를 적용해도 편의점들이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해 음주를 허용하게 하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기 때문에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편의점에서의 음주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성인이 되고 한 두 번쯤 편의점에서 음주를 즐긴 경험은 있지만 단속이나 제재를 당했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찾기 힘들다. 편의점이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간편 음주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돼 버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앞에 파라솔을 설치 하지 못하게 하고 음주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미 시민들에게 간단하게 음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된 만큼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점주들은 편의점 앞에 테이블을 설치했을 경우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편의점 가맹본부도, 관할 지자체에서도 강하게 제제하지 못하고 이들을 내버려 두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건축물 외 공간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영업장소 신고장 면적 외 장소에서 영업하는 것은 도로법 위반이기 때문에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편의점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테이블을 마련해놓고 있어 이를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에는 편의점의 불법 영업으로 밤늦게까지 음주를 즐기며 고성방가는 물론, 쓰레기를 투척하고 금연금지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에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들은 당국의 단속을 더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편의점 밖에 설치된 테이블은 경우에 따라 법규가 제각각 적용돼 관할 부서가 달라 불법임에도 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편의점 앞 데크는 도로관리과, 편의점 앞 사유지일 경우 건축과, 인도에 편의점 테이블이 있을 경우 보도환경과, 야외 영업 확장 관리는 보건위생과 등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일부 식당들이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해 운영할 경우 매출이 도움이 되다 보니 불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테이블을 내놓을 때가 많다"며 "운영하는 점주들의 생계와 연결된 만큼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테이블 등을 수거 조치하거나 주의를 주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단속할 때만 잠시 테이블을 없앴다가 다시 설치해 영업해 제재가 힘들다"며 "점주들이 불법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하고 협조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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