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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일감 부족한 조선, 그래도 저가수주는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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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사들의 저가공세 거세져…여기에 맞출 필요는 없어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전성기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수주 상황은 지난해보단 나아요. 그런데 정작 당장 일감이 너무 없으니 걱정이죠."

최근 사석에서 조선업계 관계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으레 나오는 말이다. 선박 건조 과정의 특성상, 선박을 수주하고 1~2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 급격한 수주 절벽의 여파가 올해 하반기 조선사들의 일감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이 일부 도크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과정에서 맞닥뜨린 반발로 인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회사 측의 인력 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부별 순환휴직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7월부터 노동자협의회와 희망퇴직, 순환휴직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일감 부족은 통계로 나타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사이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주잔량은 1천610만CGT다. CGT는 선박의 무게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한창 호황기였던 2008~2009년 수주잔량이 최대 7천100만CGT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수주잔량은 지난 2014년 초 이후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2016년을 거치면서 수주잔량은 2014년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빠르게 수주잔량이 줄고 있다.

조선업계의 불황이 전세계적이다 보니 수주잔량 감소세 역시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다만 요즘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그간 고부가가치 선박만큼은 안정적으로 수주해 오던 흐름이 중국 조선사의 급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그러한 흐름을 바꾸는 중이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중국의 후동중화조선과 SWS(Shanghai Waigaoqia Shipbuilding)와의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에서 밀려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조선업계가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력이 일정 궤도로 올라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시각이 다수다. 현대중공업이 척당 1억7천500달러를 제시한 반면 중국 업체는 척당 1억6천만달러를 제시했다. 발주 척수가 옵션 포함 최대 9척이니 이를 모두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국을 따라 공세적인 저가 수주를 하기는 어렵다. OECD 국가들은 '선박수출신용양해'에 의해 선가 중 최대 80%까지만 선박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OECD가 아닌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선박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게다가 대출금리도 제로(0)에 가까우니 조선사들의 부담이 그만큼 적다. 중국 조선사와는 조건 자체가 다른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이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린 것은 그간 조선업계가 관행적으로 해 온 무리한 저가수주 탓이 컸다. 덕분에 수주잔량은 넉넉했지만, 정작 수주 하나하나가 조선사의 수익성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끼치곤 했다. 그래도 요즘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가 수주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주잔량은 중요하지만, 수주잔량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과 '치킨 게임'을 펼치면서까지 가격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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