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NOW 타슈켄트]결전의 날…우리 모두가 대표팀
2017.09.05 오후 12:17
나 아닌 우리를 보는 대표팀의 가치 앞세워 벼랑 끝을 탈출하라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운명의 한 판, 누군가는 웃으며 모든 것을 얻는 시간이 왔습니다. 어떤 내용과 결론이 올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중요한 것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부터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세 가지 상황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축구대표팀이 지난 2일 오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입성한 것은 모두가 알 것입니다. '조이뉴스24'도 대표팀의 동선을 같이 하며 이곳의 분위기를 전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타슈켄트에 오기 전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조이뉴스24'에 "한국 축구가 힘든 시기에는 항상 정신력이 발휘됐다. 위기 대응 능력이 좋으니 기대해봅시다"고 하더군요.



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래야 합니다. 한국 축구는 지난 1년 최악의 시간을 보냈죠. 소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합니다. 범위를 더 넓히면 한참 전의 기간으로 가야 하는데 일단은 현재 상황을 만든 것이 지난해 9월 최종예선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책임을 묻기 전 일단 본선 티켓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즈벡이라고 그냥 있지는 않겠죠. 우즈벡도 월드컵 본선 한번 가보자는 열망이 대단합니다. 2014년 단 한 골 차이로 골득실에서 한국에 밀려 본선이 좌절됐던 아픔을 홈에서 통쾌하게 갚아주겠다는 의지가 충만합니다. 한국에 훈련장 정보까지 알리지 않는 등 숨기기로 일관하며 복수를 준비했답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의 파견을 ''스파이''로 간주해 거부했던 이란과는 달리 우즈벡은 우리 대표팀의 훈련과 다른 작은 일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써줬답니다. 양국 축구협회의 관계가 돈독해 가능한 일이라네요.

우즈벡전은 2012년 완공된 최신식 축구전용구장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3만4천석은 매진 임박입니다. 훈련은 편하게 했지만, 경기 분위기는 분명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겁니다. "우즈벡은 온순한 편이다"는 발언이 우즈벡의 상징인 세르베르 제파로프(에스테그랄)에게 전해졌고 "그 말을 확실하게 갚아주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은 기 싸움에서 누가 우위를 보이느냐입니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표팀이나 프로팀에서 결정적인 순간 힘을 잃고 패배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20세 이하(U-20) 감독으로 참가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그랬습니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 저하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더 큰 단계로 가기 위한 꿈을 아쉽게 접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와 싸움이 붙으며 아쉽게 졌습니다. 패기와 끈기가 축약된, 한국 축구 특유의 힘을 잃는 것이 모든 연령대에 확산이 될까 무서운 겁니다. 개인을 보여주려는 모습이 팽배하고 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신태용 체제의 A대표팀은 우즈벡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견딜 힘이 있을까요. 그래서 199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농구 주제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한 대사를 소개할까 합니다. 공교롭게도 2007년 대표팀의 위기 관련 기사에도 이 대사를 인용했더군요. 지금 20대인 대표 선수나 독자분들에게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시대가 변해도 가치는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농구 명문 명성대의 스타 이동민(손지창 역)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 어머니가 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농구 입문을 하게 해준 어머니가 떠나자 모든 희망이 사라졌고 이동민은 술로 허무함을 달랩니다.

방황의 순간 허진수(송기윤 역) 명성대 감독이 찾아옵니다. 자신이 국가대표팀 코치에 선임된다며 이동민을 뽑겠다는 말을 흘립니다. 그렇지만, 이동민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부합니다.

그 순간 허 감독의 손이 이동민의 뺨을 내려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나옵니다.

"네가 대표선수로 농구공을 잡는 순간 너는 너 혼자가 아니야. 농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네가 희망이야. 그런데 뭐, 꿈이 어째? 그럼 너처럼, 너같이 되려고 하는 수천 명의 선수는 뭐가 되나? 밤을 새우며 TV 앞에 앉아 있는 수백 명의 사람은 뭐가 되나! 왜 너 하나만 생각해? (중략) 네가 이기는 것은 너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이번 경기는 한국 시각으로는 5일 자정에 시작됩니다. 분명히 한국 축구의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 상당수 팬들이 눈을 비벼가며 시청하겠죠. 허 감독은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되달라고 합니다. 신태용 감독도 비슷한 개념의 ''원팀''을 앞세웠습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우즈벡전에서 이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저 대사를 기사에 인용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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