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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타슈켄트]거리엔 마티즈…"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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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친근한 모습…월드컵 진출 가능성에 예민한 분위기도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인에 친절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이뉴스24'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기자는 지난 2일(한국시간) 축구대표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입성했습니다. 오는 5일 예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최종전 우즈벡전을 취재하기 위해서 출발부터 도착까지 대표팀과 동행했습니다.

그동안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취재는 많이 가봤지만 중앙아시아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생소하면서도 관심이 가는 환경입니다.

지인 중에 중앙아시아의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는 분이 있는데 기자가 출장을 떠나오기 전 강의 수준의 속깊은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우즈벡은 중앙아시아 국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겁니다.

특히나 일제의 한반도 침탈로 고국을 떠나 연해주 지방으로 떠났다가 1937년 당시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高麗人)의 역사에 대해 집중 강의를 해주더군요. 무려 18만명이 고려인이 강제 이주의 아픔을 겪었다는 겁니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해 우즈베키스탄 등 다수의 중앙아시아 국가가 세워진 뒤 고려인의 입지는 더 위축됐다고 합니다. 그들이 남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다네요. 우즈벡의 고려인은 부지런한 생활력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하는데 일조했다는 거죠. 자연스럽게 한국인에 대해 친절함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호텔이나 상점 등에서는 한국말을 하면 "안녕하세요"라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의 대답을 어렵지 않게 듣고는 합니다. 거리 곳곳에는 과거 한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였던 대우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합니다. 지금은 GM우즈베키스탄으로 법인명이 변경됐지만, 과거 대우의 영광을 이끌던 티코, 다마스, 마티즈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더군요.

포스코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집중하고 매년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등 그야말로 한국의 냄새가 진하게 배 있습니다. 한국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은 것이 어쩌면 오랜 역사에서 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대표팀은 어떨까요. 축구대표팀이 머무는 숙소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다른 숙소와 경합을 했고 따로 미팅이 가능한 미팅룸이 있는 이 숙소가 선택받았다고 합니다.

타슈켄트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있습니다. 한국에 관심 있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공공기관이나 호텔 등 주요 시설에 취업한다고 합니다. 대표팀의 숙소에도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많아서 생활에는 불편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일부 유명 선수와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2012년 9월 11일 경험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의 고생도 이제는 무용담이 됐습니다. 당시 대표팀은 한 시간여의 외곽에서 훈련하는 등 나쁜 여건에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사이 분요드코르 스타디움과 보조 경기장이 조성되고 특급 호텔도 들어서면서 매우 편해졌다고 하네요.

과거의 텃세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될 법합니다. 이번에는 8월 초 실사단이 꼼꼼하게 확인했고 대표팀 입성 사흘 전 선발대가 미리 들어와 불편함을 해결했죠. 타슈켄트 공항 도착 후 숙소 입성까지 1시간도 소요되지 않은 것도 우즈벡 협회와 한국 대사관, 축구협회의 삼자공조가 있어 가능했구요.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우즈벡 축구협회와 대한축구협회의 관계는 정말 좋다. 아무래도 우즈벡인들 자체가 순수해서 그런지 해달라고 부탁하면 거의 들어주는 편이다"고 하더군요. 선발대 입성 첫날 분요드코르 스타디움도 개방하는 등 열린 자세를 보여줬답니다.

보조경기장의 잔디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하면 훨씬 낫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아도 볼이 통통 튈 정도로 신경을 쓸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조경기장과 주경기장의 잔디가 같다는데 다행스러운 일이겠죠.

그런데 대표팀이 온 뒤에는 현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경기장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우즈벡 대표팀이 어디에 머무르고 훈련장이 어딘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보통 우즈벡 대표팀이 묵는 호텔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딘지 모른다고 하더라"고 하더군요. 우즈벡도 연막작전일까요.

관계가 좋은 것과 승부의 세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일까요. 우즈벡도 한국을 이기면 이번에는 본선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힘을 내는 것 같습니다.

문을 닫고 조용히 숨은 우즈벡 대표팀은 어디에 있을까요. 과거 대표팀이 경기를 치렀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일까요. 아니면 2012년 대표팀이 훈련했던 훈련장일까요. 확실히 분위기는 전과 다른 것 같습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이 느낌을 신태용호가 잘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조이뉴스24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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