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4차 산업혁명과 지역정보화특별법
2017.08.30 오전 9:17
'4차 산업혁명론'이 제시되면서 정부의 정책을 넘어서 운영, 나아가 국민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의와 계획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빨리 승차하지 않으면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것을 서두름의 이유로 삼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적용되던 멱법칙(power law: 소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자가 결과물의 대부분을 취한다는 20:80의 법칙)이 국가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20%의 소수에 들기 위한 노력은 필연적이다.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론의 시대에 정부정책 추진에서 핵심 쟁점은 '어떻게 갈 것이냐'의 방법론적 쟁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구체화라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각종 계획 등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여 '긴박감'을 준다. 하지만 정부 계획들의 실제 내용은 지금까지 해 온 정보화정책, 산업정책, 기술개발정책, 기업정책의 맥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 분야를 연구해 온 입장에서 현 정부계획의 내용을 두 가지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계획이 종전에 해 온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계획은 여전히 중앙이 지방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고, 경제적 관점에서 총량의 크기를 키우려는 데 집중돼 있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에서 강조하는 핵심 요소들의 정책화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몇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하나는 정부 계획에서는 4차 산업혁명론자들이 중시한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과 관련해 관련 핵심 기술들의 개발이 이러한 기술들의 결과로써 발현시킬 목적가치인 '수요자 맞춤'보다 중시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드론 등은 4차 산업혁명론이 아니어도 정부 정책에서 중시됐고, 됐을 기술의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와 수단에 대한 중점이 뒤바뀐 형국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에 대한 초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정부 계획들은 기존의 산업입지로서의 도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어쩌면 독일의 제조업 기반 도시의 추락에 대한 처방으로 제시된 4차 산업혁명론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총량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지역에서의 분산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이미 2, 30년 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한 입지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론에서 강조된 '분산제조'의 요소가 사실상 실종돼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개념 속에 들어 있는 분산제조에 대해, 제레미 리프킨과 같은 학자는 4차 산업혁명(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의 실질적인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분산제조의 개념을 정책으로 응용하면 지역이 사실상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풍미할 멱법칙에 우리가 진정으로 대처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목표·내용·수단·행위자가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20%가 되기 위한 정책패러다임의 총체적 변화를 위해서는, 비등점에 도달할 때까지 의미 있는 마중물을 지역의 정보화에 부어주는 것이 필수다.

이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지역정보화특별법이다. 이 특별법의 사명은 지하수가 긴 파이프를 타고 콸콸 쏟아질 수 있게 충분한 마중물을 붓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정보화예산의 1% 내외로 찔끔찔끔 물을 부어서는, 마중물 역할은커녕 아까운 물도, 노력도, 시간도 낭비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물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특별법에서 지역정보화의 사업적 내용으로 무엇에 특별히 치중해야 할까?

하나는 지금까지 정부가 지역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의 중·장기계획에서 설정한 전략 분야의 지역정보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전략 분야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특별법은 기존에 각 지역이 해온 분야에 대한 정보화를 확장시키고 심화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에 실질적인 실행 권한을 주는 것이다. 지역 내의 사업 관련 거버넌스는 지역에 맡겨, 지역 스스로가 실제로 학습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쉽게 제기될 수 있는 지역의 역량 부족은 특별법 사업을 통해서 지역이 키워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이 국가 운영의 실험장, 4차 산업혁명 시대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에 기반을 둔 분산제조·분산서비스 제공의 실험장이자 실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역량 부족을 어떻게 해소하면서 지역의 책임성을 확보할 것인가?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지원의 방법론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법을 실제로 관리하는 추진 체제에 관한 것이다.

먼저 특별법에서는 일종의 포뮬러형 지원방식을 통해 사업을 관리한다. 사업지원 포뮬러는 광역시·광역자치단체 중 선정된 시·도에 대해 1~2차년도 100% 지원, 3차년도 80%, 4차년도 70%, 5차년도 50% 등으로 사업연차에 따라 지원금을 절감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증대하면서 동시에 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특별법에서 마중물 효과가 나기 위해 누가 중앙 차원에서 추진의 중심체가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정책집행의 실체는 중간조직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이를 맡을 기관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이다. 이들의 역할은 지자체들을 모니터링하는 것,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지자체들을 컨설팅하는 것이다. 이들의 역할에 부분적으로 평가 기능이 포함되겠지만, 지금까지와 같이 줄세우기식 평가가 아니라 사업기간 내 의도된 성과를 내기 위한 컨설팅의 총괄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이들 기관들은 지역 내에 있는 유관 중간조직들(테크노파크·정보지원센터 등)의 코디네이터로서 지방정부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한다. 중앙부처가 할 일은 국가 전반의 거시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고, 중간조직의 전반적인 사업운영만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 사이의 관계는 태스크포스 형태가 아니라 지역정보화특별지원단과 같은 통합체가 좋다고 본다.

이와 같이 특별법을 제안하는 이유는, 적어도 이제는 제대로 된 지역에 대한 관심과 효과를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규모와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특별법에 의해 힘을 받은 지역정보화는 4차 산업혁명이 요청하는 변화를 얻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거대담론을 정책의 포장으로써가 아니라 내용으로써 실체화하는 노력, 이것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최영훈
현)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역정보화학회장미국 시라큐스대학 Mexwell School 사회과학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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