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성행하는 '대리 게임'…불법일까 아닐까? 2017.08.29 11:02
아직은 아니나 불법될 가능성도…피해 발생 시 구제 못 받아
[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다른 사람과 대전을 벌이는 게임이 인기를 끌자 자신의 계정을 타인에게 맡겨 돈을 주고 등급을 올리는 이른바 '대리 게임'이 성행하고 있다.

국내 검색 포털에서 '○○대리' '◇◇대리'와 같이 게임명과 함께 검색하면 관련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대리 업체까지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리 게임이 만연한 상황이다. 타인의 계정을 전달받아 실시간으로 등급을 올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터넷 개인 방송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리 게임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계정을 신원이 불분명한 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찜찜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대리 게임 자체가 불법인지 아닌지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게이머도 상당수다.

혹시 대리 게임 행위가 불법은 아닐까?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아직은' 대리 게임을 의뢰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해당 행위를 처벌할 어떠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의 사후 관리를 맡는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법적 처벌 조항이 없어 대리 게임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돈 내고 대리 게임하면 처벌' 6월 법 발의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리 게임이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난 6월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외 10인이 제3자에게 계정 정보 등을 넘겨 손쉽게 게임 캐릭터 레벨이나 순위를 올리는 대리 게임 행위를 처벌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서다.


이 법안은 영리를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 이용자가 점수·성과 등을 획득하게 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통과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대리 게임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시도할 경우 공들여 육성한 자신의 계정이 정지되거나 도용을 당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게임사들도 운영 약관을 통해 타인에게 본인의 계정을 양도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대리 게임 혹은'헬퍼' 등 정당한 게임 행위를 저해하는 계정을 매주 적발해 조치하기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222차례에 걸쳐 대리 게임을 이용한 계정을 영구 정지했다. 지난해 라이엇게임즈가 제재한 대리 게임 계정 수는 2만376건에 이른다.

라이엇게임즈는 어떻게 대리 게임을 진행한 계정을 잡아내는 걸까. 이용자의 집단 지성과 회사 자체 검증 시스템에 답이 있다.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대리 게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거나 이용자가 제보한 스크린샷 등 명백한 증거가 제출 시 해당 계정은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 최하위 등급에 있던 이용자가 단기간에 상위 등급으로 올랐을 시에도 대리 게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는 방식이다.

◆대리 맡겼다가 아이템 분실? 도움 못 받아

대리 게임을 맡겼다가 양질의 아이템만 빼앗긴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다만 이 경우 게임사로부터 구제받을 수 없다. 국내 주요 게임들의 약관을 살펴보면 본인 계정을 타인에게 공유해 벌어지는 모든 피해는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가령 넥슨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 약관을 살펴보면 이용자 귀책사유로 인해 노출된 이용자 계정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넷마블의 운영정책 역시 타인과의 계정공유 및 비정상적인 방법의 거래 양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언급돼 있다.

대리 게임을 의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자신의 등급을 자랑하고 높은 등급을 달성한 데 따른 보상을 얻기 위한 이유로 압축된다. 하지만 대리 게이머에 의해 손쉽게 제압당하고 정당한 실력에 따라 자신의 등급을 부여받지 못한 일반 게이머는 박탈감을 느껴 게임을 이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대리 게임 행위는 해당 게임 생태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섭 의원은 "전문 대리게임은 토익시험을 보는데 내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돈을 주고 대신 시험을 보게 해서 점수는 내가 받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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