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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 괴물 신인 김주환의 자기증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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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업영화로 400만 흥행…쾌거 뒤 그의 고민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올해 여름 영화 시장의 흥행 판도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두말할 것 없이 '청년경찰'의 선전이다. 지난 9일 개봉해 22일 41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신인 김주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김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는 흥행 성과를 내놓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색적 이력만큼이나 인상적인 활약이다. 이쯤 되면 '괴물 신인'이라 말하기도 어색하지 않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제작 ㈜무비락)은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 뿐인 두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물이다.

여름 성수기 경쟁작들과 비교해 작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지만, 영화에 녹아든 신인 감독의 패기와 뚝심은 규모의 한계를 압도했다. 김주환 감독은 영화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나 "애초 100만 관객만 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동료들과 점차 바람이 커져 300만 명을 목표로 삼게 됐다"고 말한 바 있지만, 개봉 2주 만에 400만 돌파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는 톱 청춘스타 박서준과 강하늘의 흠 잡을 곳 없는 호흡과 활력 넘치는 유머의 조화로 관객들의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울리긴 쉬워도 웃기긴 어렵다'는 말이 진실로 통하는 이 업계에서 감독은 어떻게 극장을 들썩인 숱한 코믹 시퀀스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이미 웃긴 예능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 코드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해야 했어요. 관객과 그 코드가 통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역할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박서준, 강하늘이 표정 연기를 너무 잘 하니까, 그냥 웃긴 거죠. 그 인물들의 빤한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엽잖아요. 그걸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고, 감독은 자신이 처음으로 선보인 상업영화를 향한 냉정한 평가 역시 수용하고 있었다. 그는 "물론 만듦새에 대한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처음엔 '난 죽어라 만들었는데' 싶어 마음 속으로 변명도 많이 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더라"고 말했다.

"너무 훌륭한 퀄리티를 지닌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다행스럽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사랑해주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의 순수한 의도 같은 것들이겠죠. 다음엔 조금 더 공을 들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어요."

감독은 "'청년경찰'을 준비하며 '스토리가 좋으면 관객이 볼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작은 영화가 큰 시장에 왔다는 점에 우려가 들었다"고도 말했다. 여느 신인 감독들이 겪을 창작의 고민에 더해, 전혀 다른 종류의 부담감 하나가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투자배급사 출신'이란 이력에서 파생된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땐, 흥행이 잘 되지 않았을 때 '그것 봐, 안 되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게 늘 머리 뒷쪽에 메아리쳤죠. '넌 투자배급사 출신일 뿐, 감독이 아니라 '감독이 되고 싶은 애'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지금도 그래요. 자기 증명을 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결과를 봐야 했고요."

전작 장편영화 '코알라'를 통해 청춘들의 창업 도전기를 그렸던 김주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두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젊음을 응시하는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고 또 올곧다. 철학과 신학 등 대학에서 습득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이런 고민들의 토대를 만들어줬다는 것이 김주환 감독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동시대적 텍스트가 있다면, 제게 그런 배경이 있어서 아닐까 싶어요. 동시대의 사건들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 그 감정의 구멍들을 영화라는 창작물이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픔이 있으면 메워야 하는데, 영화가 사람들을 치유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느껴요. 물론 거대한 텍스트지만, 그런 것들을 영화에 녹여내고 싶다고 생각하죠."

이하 김주환 감독과 일문일답

-숱한 대작들의 홍보와 마케팅을 하던 입장에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소감이 어떤가.

"영화를 만드는 현장은 현실이다. 제한적인 현장에서 모든 것의 유기성을 일궈야 한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많아지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감독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더라. 감독들이 절대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죽어라 뛰는 사람들인데, 내가 모르는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는 걸 알아서다."

-처음 도전한 액션을 연출하면서는 그런 벽을 더 크게 느꼈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나보다 배우들이 더 힘들었다. 감독이 욕심을 더럽게 많이 냈거든.(웃음) 보통은 감독이 하는대로 하면 되는 건데, 감독이 다 망가뜨린 거다. 똑똑 떨어지는 흐름을 다 부수고, 리액션과 잔호흡으로 현실감을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안 싸워본 아이들이 싸우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을 배제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이야기의 일부였으니까. 무술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아마 그 분도 많이 괴로우셨을 거다."

-강하늘과 박서준은 첫 호흡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합을 자랑하더라.

"두 배우가 각자 커리어를 쌓았지만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더라. 같이 작업하는 사람 상처 안 주고, 배우로서 작든 크든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나의 것과 그의 것을 어떻게 챙길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붙었을 때 서로 좋게 간 것 같다. 함께 작업하기 전 서로에 대한 말도 들었던 것 같고, 만나서는 그들끼리도 서로 '진짜 괜찮은 애구나' 했던 것 같다."

-'코알라'에 이어 이번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다.

"'코알라'에선 창업이라는, 현실에 발이 닿은 문제를 다뤘다. 이번에는 실종 수사라는 장르로 싸워야 했다. 영화적 기교나 감정선이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알라'는 2억원 대 영화였고 영화제에 가면 되는 작은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야 했다. 아주 좋은 배우 둘이 들어왔고, '대세 조합'이니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인생도 중요하니까. 뒷부분에서 힘이 달릴 때도 그 친구들에게 자극을 얻었다. 박서준이라는 배우가 참 좋은 게,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더라. 강하늘도 그렇다. '기억의 밤' 현장에도 갔었는데 '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에게 자극을 받으며, 내 자신에 대한 기준도 높아진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여태껏 죽어라 열심히 살았는데, 이 사람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았더라.

사실 회사(쇼박스)에 다니면서 '코알라'를 찍는 과정은 지옥이었다. 1년 간 회사를 다니고 영화를 찍는데, 홍보 일이라는 게 사실 '내 인생이 없는 일' 아닌가. 주말도 없다.(웃음) 그래도 점심을 먹은 뒤엔 영화 생각을 10분이라도 했고, 집에서 한 시간이라도 쓰겠다고 용을 썼다. 그랬으니 지금은 어찌보면 행복한 거다. 영화를 쓸 시간이 있고, 날 '감독'이라 불러주는 분들이 있지 않나.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거다."

-영화의 갈등을 촉발하는 소재가 여성 대상 범죄다. 일부 장면의 잔혹성이 지나쳤다는 평도 있다.

"기술적 문제도 있던 것 같다. 컷 분할의 문제 같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관객을) 괴롭히려던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을 모두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주인공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고, '이걸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극의 전개에 필요했다. 나 역시 굉장히 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 돼야 관객도 분노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찌보면 주인공과 관객의 공통 분모가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 수위는 사실 열심히 조절했는데, 여성 관객은 당연히 가장 불편하게 느낀 장면일 것이다. 여성 관객 뿐 아니라 나 같은 남성에게도 그랬다. 주인공들이 왜 모든걸 때려치우고 나와야 하는지, 그 동기가 돼야 했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이었다. 영화 톤 안에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톤 앤 매너'를 조절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감수성에 둔감한 이들이 간혹 있어서인지, 그 장면을 더 세게 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조금 덜어낸 결과물이 완성본에 반영됐다."

-'청년경찰'을 부지런히 썼다. 이제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들 것 같다.

"다음 영화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굴리고 있다. 내년까지는 써야 할 것 같은데, 섣불리 가지는 않으려 한다. 물론 다음 영화를 빨리 찍고 싶다는 의지는 투철하지만, 서두르기보단 꾹꾹 눌러 쓰고 싶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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