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文 사과 큰 위로…희망 생긴다"
2017.08.08 오후 6:11
"피해판정 기준 및 CMIT·MIT 유해성 원점에서 재조사"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한을 풀어 달라'고 했는데 나올 때는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했습니다. 그동안의 응어리가 풀어질 것 같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인 김정백 씨는 8일 청와대에서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진 후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 성분이 든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고1 막내아들을 잃었다.

아들의 이야기에 여전히 눈시울을 붉히던 김 씨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느껴졌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엉엉 우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김 씨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문 대통령의 사과가 "큰 위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책임 인정 및 사과 ▲1~4단계 피해판정 기준 원점 검토 ▲철저한 진상규명 등 피해자들의 요청이 상당부분 반영된 데다, 시간 규제 없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평가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책임 인정도 엄청난 일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줘 피해자들이 원없이 다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3·4단계 피해자로 구성된 '너나우리'의 이은영 대표는 "문 대통령이 1·2단계 피해자에 비해 피해 인정 및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3·4단계 피해자의 울분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줬다"며 "피해 판정에 대한 부분도 조치를 취하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긍정적으로 다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만난 文…피해구제에 박차

이번 면담을 계기로 CMIT·MIT에 대한 환경부의 역학조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구진을 대폭 보강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역학조사를 완료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에 환경부 장관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CMIT·MIT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CMIT·MIT는 동물실험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CMIT·MIT 유해성이 입증되면 이를 근거로 검찰 조사를 피했던 애경·이마트·GS리테일의 입장도 달라진다.

김 씨는 "SK케미칼과 애경 등 검찰 수사를 피해간 기업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며 "문 대통령이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검찰 재수사에 대해서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협의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언제까지 진상규명을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특별구제계정에 정부 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고, 법률의 제·개정과 관련해 국회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내일 시행 예정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이하 특별법)' 개정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와 우원식·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법의 한계점을 보완한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발의를 준비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두 의원에게 특별법 개정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자 우 의원이 "대통령께서 사과한 덕분에 개정안이 전폭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진상규명·피해구제 방안 마련이 관건

일각에서는 '앞으로가 진짜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반영에 얼마나 구체적인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아버지를 잃은 김미란 씨(3·4단계 폐섬유화 및 폐렴 유족과 피해자모임 공동대표)는 "지난 6~7년간 너무 많이 속아서 과연 제대로 해결될 것인가 의심 가는 부분도 있다"며 "분명 (현 정부의 태도는) 지금까지와 너무나 다르지만 그럼에도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두 달 만에 이뤄진 정부 사과 치고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문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사과를 검토한 지 두 달이나 지난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가해기업 엄벌 등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이 기사에 질문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