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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돌풍, 금융판도 바꾸긴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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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證 "이익기반 철새고객 다수…은산분리 규제 및 기존 은행 반격도"

[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금융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영업개시 1주일 만에 152만개의 계좌가 개설됐고, 수신액은 6천530억원, 여신액은 4천970억원(예대율 76%)으로 지난 4월 출시한 케이뱅크의 성과와 비슷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7일 하이투자증권의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 흥행의 주요인으로 낮은 수수료와 편의성, 지식재산권(IP)파워와 재미(FUN) 등을 꼽았다.

카카오뱅크는 계좌개설까지 평균 7분 밖에 안 걸리고, 대출은 최대 1억5천만원까지 신속하게 집행된다. 예적금 금리는 연 2.00~2.20%로 시중은행 대비 높고, 해외송금수수료는 시중은행 대비 10분의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카카오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와 이모티콘 제공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전하고 있으며, 유튜브를 활용한 상품설명, 게임처럼 재테크를 즐길 수 있는 사용자 환경(UI)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서비스가 못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주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인터넷은행들은 생애 주기별 맞춤형 자산관리, 인공지능 도우미, 중소상인 전용 대출 등 각종 빅데이터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전통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고객도 인터넷은행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 인터넷은행이 IT를 활용해 극적인 비용절감을 이룰 것이라고 풀이했다. BNP 파리바에 의하면 미국의 오프라인 영업점을 운영하는 기존 은행이 1달러의 수익을 위해 62센트의 비용을 소요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이보다 약 10~20% 낮은 비용을 집행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기존 플랫폼 생태계와의 시너지 효과도 높다고 봤다. 인터넷 사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메신저 가입자와 입점 업체를 인터넷은행 이용자로 빠르게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간편결제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중국의 인터넷쇼핑업체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계정에 남아 있는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의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다는 것이다.

'위어바오'는 IT 접목을 통해 업무처리비용을 최소화해 계좌 개설 수수료와 별도의 중도해지 비용 제거, 빅데이터 활용 기반의 양질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자금이 1조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점 있지만 인터넷은행에 한계점 있어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이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에 한계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은행의 고객은 서비스 수준이나 브랜드 신뢰보다는 금리 등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하는 '히트앤런' 고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정부의 금리 인상 정책이 단행될 경우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또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거대 규모의 전통 은행 선호가 높아 인터넷은행 시장 규모가 기대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은산분리 규제도 문제로 거론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향후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의 규모가 큰 대출을 취급하고 BIS비율 8%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금융사가 주도하게 되며 ICT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이라는 정부의 취지도 무색해진다"며 또한 "카카오와 KT가 대주주가 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투자의 명분이 약해지고, 두 기업이 이탈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되 5년마다 재심사 받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 등이 상정돼 있으나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이 밖에도 기존 은행들의 반격에도 대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언급했다. 기존 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거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며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소득 증명 없이 비대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소액 모바일 대출 서비스 ‘KB리브 간편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직장인 대출한도를 3천만~5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인터넷은행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와 고객 특성,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이 전통 은행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무리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2금융권은 인터넷은행과 고객군이 겹쳐 다소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제도권 금융시스템과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위치로서의 견고한 위치를 고수할 것이란 시각이다.

중국 텐센트의 경우, 인터넷은행 ‘위뱅크(WeBank)’ 출시 직후 중국의 상업 은행 화하은행과 대출, 카드, 은행 업무 등에 관한 협약 체결함으로써 23년간 축적된 화하은행의 노하우와 자금력을 기반으로 사업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화하은행 또한 텐센트의 다양하고 방대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메신저 채널을 통해 금융 상품 판매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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