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4차 산업혁명의 핵' 소프트웨어, 현상보다 본질을 보자
2017.05.22 오전 6:17
시장 왜곡 바로잡고 내재된 문제점 찾아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어
[편집인레터] 새정부는 바쁘다. 일자리와 안보, 인재 등용, 적폐 청산에 이르기까지 연일 개혁 발표들이 이어진다. 여전히 산적한 과제들이 있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에도 눈을 돌릴 때다. 특히 소프트웨어(SW)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내재된 문제점을 찾아야만 미래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인들은 새 정부가 드러난 현상보다 본질을 봐 줄 것을 주문한다. 액티브X 문제를 시정하고 소프트웨어 운임 단가를 인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산업 깊숙이 내재된 문제의 본질에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바라보는 시각과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왜곡의 근거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아야 할 소프트웨어가 노동시장의 일부로만 간주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은행(2016.09)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16.09)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율은 2014년 기준 53.0%다. 제조업(23.6%), 전산업(38%)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프트웨어를 고부가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은 희석됐다. 일자리에만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현업 종사자들도 ‘x고생’이라는 말을 내뱉고 회사는 영세하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현장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 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세계 시장 점유율 1%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우수한 두뇌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1% 벽을 넘지 못하는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6년 기준 1조966억 달러, 한국은 1.03%인 113억 달러로 추정된다(IDC Worldwide Blackbook, 2016.08). 미국(45.4%), 일본(6.3%)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2012년에만 1.1%, 2013년부터 시작한 1%의 행렬은 문제를 해결 못하면 202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유망한 소프트웨어가 한국에서는 어렵고 고된 일터에 불과하니 유능한 인재는 오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 상승도 정체된 것이다. 고부가가치가 희석되면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동기부여조차 어려워진다.

27년간 소프트웨어업에 종사해 온 한 기업인은 소프트웨어를 단순한 일자리로 접근하지 말고 창의력과 응용 가능성에 더 집중해 달라고 부탁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엔 응용력과 변형 능력이 중요하고 이것이 부가가치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도 응용력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2020년이 되면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인재 관리, 협업, 감성지능, 의사결정력, 서비스 중심, 협상력, 인지적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응용력과 맥락적 사고에 기초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은 전 산업의 36%에서 요구하는 필수 요건이다.

기업의 창의력과 응용력을 높이기 위해 꼭 개선해야 할 곳은 공공시장이다. 공공은 소프트웨어와 공공성 데이터베이스(DB) 모두 개혁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공공이 하면 표준이 되니 정책도, 계약도 잘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장에 걸림돌일 때가 많다는 게 문제다. 현장에서는 맞출 수도, 맞출 필요도 없는 정부의 프레임부터 제거하고 민간의 창의력을 빼앗는 약탈적 계약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과 민간이 해야 할 역할을 구분하고 기업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베이스를 소유권 이양보다 사용료 개념으로 전환할 것도 요구한다. 공공은 기초 사업에, 응용은 민간에 맡겨야 하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소유권도 민간이 보유토록 해 공공으로부터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리의 정부 계약을 이행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소유권마저 뺏긴 기업은 응응 동력을 상실하고 연속 발전도 도모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와 응용산업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서비스 회사로 인식하는 네이버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주요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 시장의 혼재된 양상을 드러낸다. 마치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를 이용한 물류 산업을 한 테두리로 묶은 것과 같은 모양새다. 제대로 된 통계는커녕 적확한 분석과 진단이 나올 리 없다. 새정부가 다른 것을 달리 보고 정책도 다르게 만들어야 할 이유다.

쉽지는 않다. 소프트웨어는 난제 중의 난제이며 하루이틀된 문제도 아니다. 드러난 현상을 해결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방치하고 포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어렵더라도, 답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새정부는 풀어야 한다. 끈기 있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한참 늦었다.

/김윤경 아이뉴스24 편집인 겸 부사장 y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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